하이퍼인플레라는 환상과 자본시장 재붕괴라는 불안감을 무기로 금값이 삼세번째 1000달러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 자본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금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6월부터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무섭게 빠져나가며 금값을 끌어내렸던 투기자금이 이달 들어 다시 회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글로벌 펀드를 움직이는 큰손들도 앞다퉈 금값 1000달러 시대를 장담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증시를 시발점으로 글로벌 증시가 레벨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해지자 증시에 묻어뒀던 자금이 추가 급락 우려를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당국이 과잉생산을 지적하며 유동성 축소를 천명하고 나섰다.
호전 일변도를 보이는 듯 했던 글로벌 거시경제지표도 비록 바닥은 지났으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적신호를 깜빡이고 있다.
금융위기 내내 금을 능가하는 안전자산으로 치부됐던 미달러는 언제 떨어질지 모를 추풍낙엽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런 형국이니 팽창된 투심이 갈 곳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야 금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거대 금융기관들은 2월 금값이 1000달러를 재돌파 했을 당시부터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원유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상품 투기거래에 강도 높은 규제의 칼날을 드리우면서 유가로 장난칠 수 없는 투심이 엉뚱하게 금으로 표출되고 있다.
자산버블 붕괴 우려부터 상품 투기거래 규제까지 불안감이 넘치는 판이니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유동자금이 매수를 시작하면 금값은 단기적으로 1000달러를 넘어 지난해 3월에 기록했던 1060달러마저 넘어설 수 있다.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이 0.9%, 10년물 수익률이 3.3%까지 하락하며 박스권 바닥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달러인덱스가 여전히 78선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을 부추긴다.
미달러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금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도 역시 투기자산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금값이 1000달러를 넘어서는 순간 900달러 부근부터 1000달러를 목표로 매수에 가담했다가 반년동안 발목을 잡혔던 자금들이 일순간에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출구전략 마련과 추가 경기부양 자금 투입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면 보유한 금을 매도해 현금을 마련하던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
금값 급등으로 실물수요가 더욱 위축돼 투기에 의한 가격 부양의 지속성도 저하될 일이다.
단기 급등은 가능해도 중장기 상승세 지속은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금값은 1000달러를 돌파하고 난 뒤 열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삼세번의 시도로 트리플톱(triple-top)을 만들고 다시 고꾸라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투기자산에 영속성이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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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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