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정효과 반감, 반도체로의 수출 쏠림, 내수 등 우려 여전
실질GDP(국내총생산)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한국은행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경기회복 확인을 사실상 보류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2ㆍ4분기 GDP성장률은 지난 7월 속보치인 2.3% 보다 0.3%포인트 높게 수정됐다. 이같이 수정치가 0.3%포인트가 높아지는 것은 한은에서도 유례가 드물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6월에 입수한 6월분 산업생산지수와 서비스업생산지수, 금융기관 등의 분기결산 자료 등의 수치가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6월 각종 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나왔기 때문에 수정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그렇다고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1.6%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2ㆍ4분기 성장률이 높았던 만큼 3ㆍ4분기에는 그에 상응해서 성장률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은이 향후 경제성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정부의 재정집행 효과 반감과 수출의 쏠림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정 팀장은 "2ㆍ4분기에 정부의 세제감면에 의해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을 비롯해 정부정책에 성장률이 큰 도움을 받았지만 하반기에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전제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정부 세제감면 및 재정집행효과가 줄어드는 하반기에 기저효과로 인해 오히려 성장률이 예상보다 소폭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수출의 쏠림현상이다.
2ㆍ4분기 정보통신산업의 성장률 및 성장기여도 등을 보면 수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통신부문이 2ㆍ4분기에 전기대비 26.1%나 늘어났다. 기여도 역시 1.7%에서 7.3%로 올라갔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현재의 수출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정 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수출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에 집중된 현상, 그리고 절대물량 면에서 작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달 말 발표된 7월 실물지표가 예상했던 수준의 경로를 밟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8월과 9월의 실물지표상 큰 변화가 없는 한 현재로서 연간전망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예상하고 있는 -1.6% 연간 성장률이 더 확대될 가능성보다는 줄어들 공산이 큰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은의 경제전망 상향조정에는 큰 부담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은 말할 것도 없고 내수가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고용사정이 좋지 않고 그에 따른 소득이 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 2ㆍ4분기 실질구긴총소득(GNI)는 전분기에 비해 5.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년동기대비로는 0.5% 증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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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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