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처를 정하지 못해 시중을 떠돌던 막대한 규모의 부동(浮動)자금이 주식시장과 은행권, 부동산 쪽으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 안전자산에 묶어두자니 주식 등 위험자산의 매력도가 커지고 있고 위험자산으로 이동하자니 막상 리스크를 우려해 그동안 투자에 확신을 갖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투자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자금 쏠림 현상은 일각에서 자선버블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갑작스런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며 급증했던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7개월 만에 100조원대가 붕괴됐다. 지난 3월16일 기록한 고점(126조원) 대비 27조원 이상 급감했다.
20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99조1968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새 1조9423억원이 빠져나가며 7개월 만에 100조원대가 깨졌다. MMF설정이 고점에 다다랐던 지난 3월16일 126조원에서 27조원 가까이 빠진 것으로 개인은 39조원에서 34조원으로 5조원, 법인은 86조원에서 64조원으로, 기관의 뭉칫돈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다.
MMF에서 유출된 자금은 은행권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최근들어 은행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큰폭 증가했다. 정기 예금 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고, 여기에는 자금확보를 위한 은행권의 고객 돈 유치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우선 주식시장으로의 흡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 규모가 지난달 16일 12조3635억원에서 이달 17일 15조2460억원으로 급증했다는 게 근거다. 또 국내 주식형 펀드가 24거래일 만에 자금 유입세로 전환, 펀드자금 유출이 일단락되며 계속되는 환매 압박으로 인해 매도로 일관해왔던 투신도 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다른 투자자산 대비 주식시장의 매력도가 아직 높은 것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펀드에서 유출됐던 자금이 교체매매를 통해 다시 펀드시장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다"며 "이는 투신권에게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온 자금은 일부 부동산 가격의 국지적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게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을 가지고 있는데다 예금금리인상으로 채권의 매력이 반감되며 부동산시장의 투자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일부 투기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채권투자의 매력은 줄어들면서 예금에 대한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CMA소액 지급결제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은행들이 증권사로의 자금이동을 막기 위해 고금리를 주는 다양한 저축예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MMF에 자금을 묶어둘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신동수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자금을 끌어 모았던 채권은 유동성 환수를 통한 출구전략 시행으로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돼 자금 증가세가 꺾일 수 있는 반면 은행은 장기자금 확보를 위한 예금인상을 시도해 자금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6월 정기예금금리는 8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했고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등의 잔고는 6조5000억원의 순증했다.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은 "경기회복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만큼 시중자금의 이동이 한동안 방향성을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예금이든 투자자들의 선호에 따라 자금이 분배돼 이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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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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