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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나로호 발사 발목 잡는 ‘관료주의’

“2003년 일본의 H2A 6호기 로켓발사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입니까?”


그 때 H2A 6호기 개발에 참여한 일본 과학자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관료주의’를 꼽았다. 기술적 오류보다는 현장과 동떨어진 관료들의 정책실패가 더 큰 원인이란 뜻이었다.

발사가 임박한 나로호(KSLV-1)를 두고도 과학계 안팎에선 ‘관료주의 문제’가 오르내린다.


발사준비에 전념해야할 현장연구자들이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등살에 시달리며 곁가지 일에 매달리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져서다.

현장과학자들은 최근에만 정부의 ‘나로호 발사준비검토회의’에 쓰일 기술 자료를 3차례나 준비했다. 기본행정절차와 각종 감사, 연구보고서 작성은 물론 일일·주간·월별 점검보고는 기본이다. 회의나 업무보고 일정이 잡혀 정부중앙청사를 찾을 때면 주 업무보다 꼼짝없이 이동과 보고준비에 하루를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정교한 발사준비에 집중해도 모자랄 연구진들이 위(?)에서 떨어지는 잡무요구에 파김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주무부처가 나로호 성공발사에 걸림돌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래서일까. 현장연구진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발사체를 내 손으로 쏜다’는 자부심이 클법도 하지만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발사실패’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자부심’보다 커져서일 테다.


우여곡절 끝에 19일 다시 나로호를 쏘기로 했다. 기술적 검토가 마무리된 지금으로선 현장인력들의 사기와 자신감이 발사성공의 가장 큰 요인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교과부가 이들 연구자들을 철저히 배려해야하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오늘 김중현 교과부 제2차관이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는다고 한다. D-7을 앞둔 ‘격려’ 차원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은 ‘높은 분’의 행차를 반기고 고마워하기엔 왠지 버거워 보인다. 6차례나 발사일정이 미뤄지며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고 바쁜 곳이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과학자가 답한 ‘관료주의’가 또 떠오르는 까닭이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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