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바이오산업 진출을 앞두고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영세한 업계를 진일보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삼성이 제약업에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것이란 냉소적 시각도 있다. 그간 삼성이 업계 주변에서 맴돌며 분위기만 살필 뿐, 선뜻 중심부로 들어온 적은 없었기에 나오는 말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자하겠단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 돈으로 의약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11년부터는 상용화 제품을 내놓겠다는 게 목표다.
삼성의 이런 행보에 대해 기존 업체들은 대체로 미지근한 반응이다. 바이오 선도업체인 LG생명과학은 "삼성전자의 진출은 바이오시밀러 시장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간단한 입장을 밝혔다.
셀트리온측은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최소 5년이란 물리적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이는 자본력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이미 수년간 노하우를 쌓은 업체 입장에선 큰 사건이 아니란 평가다.
제약업계 터줏대감들의 반응은 더 심드렁하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속내는 알 수 없으나 발을 걸쳐 놓겠단 정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5년간 5000억'이란 금액이 제약업 판도를 바꿀 만한 금액이 아닌데다, 삼성의 의지가 강하다면 결국은 '카피약'인 바이오시밀러보다 '바이오신약'이란 장기적 목표를 제시했을 거란 분석도 내놨다.
심지어는 삼성전자가 바이오분야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식경제부 스마트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삼성을 끌어들인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의 의지라기 보단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제약업계가 이런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업계에 퍼져있는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상 때문이다. 그 간 SK, CJ, 한화, 태평양 등이 제약업에 진출한 바 있으나 업계수준을 끌어 올렸다기보단, 작은 시장에서 기존 제약사들과 경쟁하는 데 그치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에 대한 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7년 삼성정밀화학이 대도제약을 인수할 때만 해도, 업계엔 '삼성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이 회사 역시 별다른 성과없이 2년만에 회사를 매각하고 제약업에서 발을 뺐다.
삼성물산도 케어캠프라는 자회사를 통해 의약품 유통시장(도매업)에 진출한 후, 소형 도매업자들과 분쟁만 야기하는 등 대기업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제약업계의 이런 반응에 삼성전자측은 다소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어려운 단계인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항간의 인력유출 우려에 대해선 "이미 현 컨소시엄 내 우수 인력을 많이 확보한 상태"라고 했으며, 신약개발 등 장기적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바이오시밀러도 신약 못지 않은 R&D 역량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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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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