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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는 요즘 '사투리 전쟁'중…사투리가 좋아야 작품도 뜬다


[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기자] '사투리를 잘 써야 작품이 뜬다.'


영화 '해운대'와 드라마 '친구'는 물론 영화 '차우' '거북이 달린다' '아부지' 등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모두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일명 '사투리 전쟁'이다.

어떤 이들은 콘텐츠의 리얼리티를 높이기위해 사투리가 중요하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작품을 하는 배경지와 감독이 현지 지방 출신이어서 '완벽한 사투리 구사'가 필수라고 한다.


완벽한 사투리 구사가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의 흥행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수 없으나 작품의 리얼리티면에서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연기자 개개인을 놓고 보면 '어정쩡한 사투리 구사'는 개인의 능력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진정한 배우가 되기위한 조건으로 '사투리'는 절대적인 것이다.

최근 한 학술지가 조사한 '스타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로 외모(50%)와 목소리(35%)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는데 목소리는 '사투리'와 상당부문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스타의 이미지 형성에 상당한 영향이 있음을 알수 있다. 뿐만아니라 '끼'와 '연기력' 등 개인의 능력도 스타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때, 사투리는 연기력 등 개인의 능력으로 봐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수다. 어쨌든 '사투리'의 적절한 구사는 스타의 능력을 다시 한번 높이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한국 영화계에 완성도 높은 CG와 감동을 안긴 '해운대'의 하지원과 설경구는 완벽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 뛰어난 연기자들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하지원은 6개월 이상 부산출신 연기선생님과 함께 숙박하며 완벽에 가까운 부산 사투리를 습득할 수 있었다.
하지원도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기하는데 사투리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가장 큰 고민은 사투리였다. 촬영할 때도 유리관 속에 나를 가둬둔 느낌이었다. 횟집을 많이 다니며 찾아봐도 내 또래의 여자는 찾기 쉽지 않았다"며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사투리만 들었을 정도로 사투리에 대한 강박관념과 스트레스가 심했다. 구멍 난 앞치마를 입거나 내 피부 톤보다 더 까맣게 분장하는 등 의상과 메이크업을 통해 조금씩 적응해 갔다. 목표는 부산에 사는 아가씨처럼 완벽하게 사투리를 쓰는 것이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며 사투리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경구도 "촬영하며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가장 부러웠다. 사투리를 쓰면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부러워하고 약올라 했다"며 "윤감독이 부산 사투리를 쓰는 영화 중 가장 완벽하게 사투리를 소화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나 스스로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제균 감독은 "내 고향이 부산이다. 당연히 수많은 고향사람들이 볼텐데 배우들의 사투리가 어색하면 얼마나 웃길까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몰입이 안될 것이다. 그런면에서 하지원 설경구 모두에게 '우리 사투리만 잘 하자'며 독려했다"고 말했다.



MBC 특별기획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친구)도 사투리가 항상 화두다.


곽경택감독은 주인공 동수역의 현빈에게는 자신이 직접 동수의 사투리를 직접 녹음해주는 열정을 보이며 '완벽한 사투리 구사'를 진두지휘했고, 대구가 고향인 배그린은 부산친구에게 별도의 과외수업을 받아가며 부산사투리를 익혔다.


동수역의 현빈은 "처음에 미팅하러 부산에 내려갔는데 감독님이 대본 20권과 태이프 2개를 주더라. 감독님한테 놀라고 감사했던 것이 직접 당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동수의 모든 대사를 사투리로 직접 녹음해줬다. 감독의 열정에 감동했다. 그렇게 도움을 주신 감독님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친구'에서 능숙한 부산 사투리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신인 배우 배그린도 정작 사투리 연기로 인해 큰 고충을 겪기도 했다. 극중 여성 7인조 밴드 '레인보우'의 베이스를 맡고, 여자주인공 중 한 명으로 활약 중인 성성애 역의 배그린은 때로는 터프하고, 때론 애교 넘친 사투리를 변화무쌍하게 소화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신인 배우임에도 사투리 연기가 너무 뛰어나다. 혹시 진짜 부산 출신인 것 아니냐"며 배그린의 출생지에 대한 관심까지 표하고 있다. 하지만 배그린의 실제 고향은 부산이 아닌 대구라는 것. 부산과 대구 사투리는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을 고치는 것이 더 힘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곽경택 감독은 김민준과 현빈 등 두 배우의 사투리 연기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었다.
그는 "(김)민준이야 원래 부산 태생이라 걱정이 없었는데 (현)빈이가 문제였다. 어떤 식으로 가도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빈이는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저걸 사투리라고 하는 거야'라는 말만 안 들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빈이에게는 '100점이 아닌 80점만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사투리 연기는 드라마냐, 영화냐에 따라 큰 차이도 있다. 영화에서는 대사가 짧아 강한 억양으로 사투리 연기를 하면 강력한 인상도 줄 수 있고 의미 전달도 분명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와 정반대다. 현빈의 대사중에는 4분짜리 독백 내레이션도 있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친구'의 출연자 중 부산 출신은 김민준과 이시언 등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 연기중에 다른 배우들의 가정교사까지 병행하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는 충청도 사투리가 일품이다. 김윤석은 고향이 충청도여서 완벽한 사투리 연기를 구사할 수 있었다. 특히 '생활유머'로 통용되는 썰렁한 유머를 구사할때는 충청도 사투리만큼 좋은 소재도 없었던 것. 최근 '거북이 달린다'는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만한 소재로 300만명을 돌파한 것은 김윤석의 진한 사투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반론의 여지가 없다.


또 '아부지'의 박철민 또한 광주출신으로 전라도 순천에서 찍은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을 해냈다.


그의 사투리는 다소 고음역이지만 포근하면서도 사교적인 느낌이어서 영화에 등장하는 현지 학생들과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영화 '차우'의 배경지도 전라도 지역이다. 동네주민들의 넉넉한 전라도 사투리는 영화에 무서움보다는 유머에 더욱 강점을 보인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과속스캔들'보다 더 재미있는 변종코미디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어쨌든 최근들어 사회분위기가 복고적으로 흐르고, 이로인해 농촌 혹은 고향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사투리 연기'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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