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윤제균 감독 "'해운대', '투모로우'보다 자신있다"(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영화 '해운대'를 언론에 처음 공개한 뒤 17일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윤제균 감독은 덤덤한 듯 조금 상기된 모습이었다. 불안과 걱정, 기대와 희망이 공존하는 인상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논란에 대해 그는 간결하게 답했다.


"할리우드 영화 '투모로우'보다 자신 있습니다."

◆ "인도네시아 쓰나미 참사에서 힌트 얻었죠"


16일 베일을 벗은 '해운대'는 한국형 재난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쓰나미로 쑥대밭이 된 부산 해운대의 가상 현실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2600억원을 들인 영화 '트랜스포머'의 정밀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영화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라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니다. 영화의 드라마적 재미도 CG의 완성도 못지 않게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시사 때는 보시는 분들이 영화에 담긴 진정성만 알아주셨으면 했습니다.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기자분들이나 영화 관계자분들이 대체로 좋은 평을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웃음)"


윤 감독은 '해운대'를 처음 구상했던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04년 12월 26일 고향인 부산 해운대에 내려갔을 때 인도네시아 쓰나미 참사를 뉴스로 접하고 "100만 인파가 모이는 피서철 해운대에 쓰나미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 "가장 힘들었던 건 불신과 의혹이었죠"


윤제균 감독의 아이디어는 그 당시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영화 '낭만자객'의 흥행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주위로부터 '무모하다' '불가능하다' '아예 생각하지도 마라'는 말을 들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육체적으로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사실 그건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정신적인 게 더 힘들었거든요. '윤제균은 안 된다'는 불신과 의혹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습니다. 아무도 저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윤 감독이 '해운대'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영화 '1번가의 기적'이 흥행에서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직도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1번가의 기적' 출연을 결정했던 하지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원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1번가의 기적'이 실패했다면 '해운대'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운대', '투모로우'보다 정교한 CG 확신"


컴퓨터 그래픽은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다. 윤 감독은 국내에 있는 CG업체를 모두 만났지만 100% 자신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1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영화인데 100% 자신이 없다면 제작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윤 감독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CG 업체 선정만 6개월 넘게 걸렸습니다. 미국, 홍콩, 뉴질랜드 등을 일일이 다니며 전세계 유명 업체들과 만났죠. 결국 '투모로우' CG를 담당했던 폴리곤 엔터테인먼트의 한스 울릭이 우리가 제시한 예산을 받아들여서 '물 CG'만 담당하고 그 기술력을 국내에 이전하는 조건으로 함께 작업하게 됐습니다."


윤 감독은 '해운대'가 '퍼펙트 스톰'이나 '투모로우'보다 정교한 CG를 보여준다고 자신했다. 10개의 레이어로 합성한 두 영화에 비해 '해운대'는 20개의 레이어를 썼고 3초도 안 되는 장면에 3개월을 투자했다. '투모로우'에선 사람이 물에 닿는 장면이 거의 묘사되지 않지만 '해운대'에서는 자세히 그려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 "특수촬영, 알고 보니 '콜롬버스의 달걀'"


특수효과 촬영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촬영이 문제였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물 CG는 물론이고 물 특수효과 전문가가 국내에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대규모 수조 세트를 지어야 했는데 국내 특수효과팀은 제작기간만 한 달 이상이 걸리고 세트 하나에 10억원 이상이 걸린다고 말하니 암담했죠."


윤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답을 찾았다. 세트 3~4개와 특수효과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을 포함해 15억원밖에 들지 않는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미국에 가니까 텅빈 주차장에 양철로 3일 만에 세트를 뚝딱 만들어내더라고요. 처음엔 기분 나빴죠. 허접하게 만든 것 같았거든요. 한스 울릭이 '캐리비안의 해적'과 '마스터 앤드 커맨더'도 그렇게 찍었다고 하니 더 놀랐죠. 알고 보면 특수촬영이란 게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었어요."


◆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목표"


바닷물에 잠긴 해운대 골목 촬영은 부산 남천동 폐수영장에서 세트를 지어 진행했다. 파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파도재생기를 해외에서 들여오려면 몇 억을 지출해야 하니 대안을 찾아야 했다.


"포크레인으로 널빤지를 움직여서 하는 게 어떨까 말했더니 모두들 주먹구구식으론 안 된다고 막았습니다. 결국 국내 촬영 때는 수상스키 2대를 빌려서 파도를 만들었어요. 재미있는 건 할리우드 가서 물어보니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을 찍을 때 포크레인으로 파도를 만들었다는 점이죠."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제작 전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고 말했다. "국민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재난영화"라는 것이다. 윤 감독은 영화를 만들며 쏟아부었던 커다란 사랑과 피할 수 없었던 많은 싸움, 자신이 지켜야 하고 또 자신을 지켜줄 영화라는 점에서 "아내와 같은 영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