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 주인장 이종운 사장 인터뷰
$pos="L";$title="";$txt="";$size="200,277,0";$no="200907171210055379081A_2.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서울 인사동 거리에 터잡은 고(古)서적 전문 서점 통문관(通文館). 국내 최고령 서점인 이 곳은 올 해로 일흔 다섯살이다. 'TV쇼 진품명품'에나 등장할 법한 고서 2만5000여권이 열 두평 남짓한 공간을 가득 메웠다. 천장까지 키를 높인 서가에 빽빽하게 들어 찬 옛날 책들이 자못 도도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통문관은 창업주의 손자 이종운씨가 운영 중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代) 주인장이다. 이 사장은 17일 "우리 서점은 조선시대 문학ㆍ예술ㆍ학문서와 현대문학 1세대 작가들의 책, 사료적 가치가 높은 학술서를 주로 다룬다"면서 "'가장 오래된 서점' 답게 '옛 것'을 지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학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는 "소형 서점이 활성화 됐던 시절에는 이 곳이 국어국문학회의 '연락소'나 '사랑방' 노릇을 했었다"고 일러줬다. 박물관에서 구매 의뢰를 해올 정도라니 그럴 만도 하다.
11년째 고서를 다뤄온 이 사장은 어느새 고서 전문가, 나아가 수집가가 돼버렸다. 이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러하단다. 그렇다면 거금과도 바꾸기 싫은 '비밀 소장품'이 있을 테다. 그는 "사료가치가 매우 큰 몇몇 책은 너무 아까워서 큰 돈을 준대도 팔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것들을 찾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는 귀한 손님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장은 "당장에야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 오래오래 통문관이 '통문관'으로 남으려면 제가 단순한 '책 방' 주인이 아닌 진정한 수집가로 거듭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pos="L";$title="";$txt="";$size="180,258,0";$no="200907171210055379081A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그 동안 어디에 있었나' 싶은 조선ㆍ근대의 고서들, 애호가들의 입맛을 돋우는 유명 소설ㆍ시ㆍ수필집의 초간본들은 분명 통문관의 자랑이자 존재 이유다. 그런데 이는 더 큰 의미로 확대된다. 통문관에 다름아닌 역사 자체가 스며든다는 것. 그는 "할아버지나 아버지 때 금기시 됐던 '불온서적'과 저항작가들의 작품이 세월이 흐르면서 통문관에 버젓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시간이 쌓여 역사가 되고, 그 역사가 이 곳에 반영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역사성은 곧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통문관에는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이들 가운데 무턱대고 책 값을 깎으려 승강이를 거는 '쇼핑객'이 많다. 적당히 흥정해 물건을 넘길 이 사장이 아니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 중에 말도 안되는 가격을 제시하며 고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돈으로는 안 된다'고 말해 돌려 보내면 20~30분 정도가 지나 다시 찾아와 조르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로 헐값에 함부로 팔아 치우지 않는다. 이 곳의 책은 한 권 한 권이 우리 역사이자 문화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학술 자료나 '특별 케이스'로 입고된 몇몇 책들을 제외하면, 통문관의 '막내'는 1950년~1960년대 말 현대문학 '맏형'들의 작품 및 비슷한 시기의 문학 사료들이다. 슬슬 역사성을 띠기 시작한 막내들이 이 곳에서 앞으로 어떤 역사를 덧입을지, 20~30년 뒤에는 과연 어떤 작가와 학자들의 저서가 입고돼 지금의 막내 밑자리에서 새 역사를 써 나아갈 지 기대 속에 지켜볼 일이다.
"오늘날의 작가나 학자들 중 누구의 어떤 작품이 앞으로 통문관 서가에 채워질 지는 저도 예상하기 힘들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지 않겠느냐"는 이 사장은 "다만 통문관의 정체성과 목적을 생각할 때, 가까운 미래에 '해리포터'가 입고 되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은 해본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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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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