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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증 부실…靑 '강부자' 교훈 잊었나?

청 인사검증시스템 총체적 부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사퇴하면서 청와대가 도대체 인사검증을 어떻게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 출범 직후 인사와 관련,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전문성 ▲ 조직장악력 ▲ 도덕성 ▲ 국정철학 이해도 등의 기준을 제시하며 인사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챙겨왔다. 신중을 기하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이른바 '거북이 인사'로 불릴 정도였다.

지난해 9월 경질론이 들끓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1월 교체된 것이나 한상률 전 청장의 사퇴로 무려 5개월간 공석사태였던 국세청장 후임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내정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인사문제 신중을 기하는 것은 지난해의 교훈 탓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정권 출범 직전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진용을 발표하면서 '베스트오브베스트'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인맥)', '강부자(강남 땅부자)', 'S라인(서울시 출신)'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여론의 이러한 낙인은 임기 초반 이 대통령의 정국운영에서 도덕적 권위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 인사수요가 있을 때마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식으로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강부자 내각이나 고소영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경우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장애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 특히 재산형성 과정이나 도덕성 문제는 제1의 기준이었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중순 전격 발표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는 과거 이 대통령의 인사와는 다른 면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빅4'로 불리는 4대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충청 출신을 전진 배치한 것은 파격이었다. 특히 검찰총장의 경우 기수파괴에서 보여주듯 대표적인 개혁인사로 평가됐다.


그러나 천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비리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의 도덕성 시비로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우선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만성적인 부족 상태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인사수석실에서 업무를 관장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대통령실장 직속의 인사비서관실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인원이 절반 정도 줄었다.


인사비서관실은 또한 상시적인 인사수요에 대비해 행정안전부의 국가데이터베이스(DB) 검색과 다양한 채널의 추천을 통해 복수의 후보자군을 만든다. 또한 이들은 민정수석실을 통해 상시로 검증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과정에서 천 후보자의 각종 도덕성 시비를 걸러내지 못했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 아울러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식 라인의 추천이나 검증이 아니라 비선라인에서 천 후보자를 추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예상되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집권 2기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이 대통령의 구상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나 언론의 검증과정에서 또다시 도덕성 시비와 재산형성 과정의 의혹이 제기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검증시스템과 관련,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검증시스템 정비는 곧바로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한 '검찰총장의 인선에 대한 비선라인의 개입설'과 관련, "사실무근"이라면서 "인선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동기 민정수석은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검찰총장 후보자의 선정 및 검증 절차의 불찰로 인해서 대통령께 누를 끼친 것은 참으로 송구스럽다. 소관 수석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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