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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둘리아빠' 김수정 작가 "둘리의 힘은 상상력"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요리보고~조리보고~음음~알수없는 둘리♪"


세대를 뛰어넘어 '아기공룡둘리'(이하 둘리)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향수로 남아있는 '국민 캐릭터'다. 1983년 4월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되기 시작했던 둘리가 태어난 지 26년만에 가족뮤지컬로 새로 만들어진다.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난 김수정(59) 작가는 역시 '둘리 아빠'다운 동안(童顔)을 자랑했다.

"둘리가 태어난지 26년 됐어요. 둘리는 아이와 부모가 세대를 초월해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겠죠. 둘리도 새로운 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했는데 기존세대들은 '예전의 칙칙한 둘리가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둘리의 성격이 좀 더 까칠해지기도 했구요."


지금은 가족만화인 둘리지만 처음에는 불량만화의 대명사였다. 어른(고길동)에게 대들고 버릇없이 구는 둘리의 모습이 당시의 시대상황에서는 불량스러워 보였던 것. 하지만 바로 그점이 어린들을 열광시켰다.

"엄마들은 만화가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만화를 보면서 창의성과 다양성이 길러지는 것을 왜 모를까요. 요즘 교육환경은 너무 각박한 것 같아요. 제 딸아이가 7살인데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이 과외를 몇개씩이나 하고 학원에 안가면 놀 친구가 없대요. 우리 아이들 제발 놀게해줬으면 합니다. 노는 속에서 사회성이 길러지고 문제해결방법도 찾게 되잖아요."


그는 어린 딸에게 요즘 아이들이 거의 하나씩 가지고 있는 '닌텐도'를 사주지 않아 벌어진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하루는 딸이 종이를 접어와서 화면도 그리고 십자가 모양도 그려놓았더란다. '닌텐도'를 안사주니까 스스로 만들어서 상상을 하면서 놀았다는 것. 그가 강조하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힘이다.


"화면에 아무것도 없는데 그림을 그려서 가지고 놀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자기 손에 안되는 것이 없으니 아쉬운 것도 없고 상상력도 부족하게 되는거죠."


그가 강조하는 상상력의 힘은 생각을 튕기는 것에서 비롯된다. "둘리의 에피소드들고 단순한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포크를 떨어뜨리는 것은 일상다반사잖아요. 거기에서 둘리가 길동씨의 발을 보는 것, 발가락에 포크를 꽂아서 장난을 치는 것, 이런식으로 죽 이어지는 것이죠. 일상적인 것에서 출발해요."


그는 스토리가 정해져있는 소설책보다는 전문서적을 보면서 소재를 찾는 편이다. 전문서적을 읽으며 상상력을 펼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극기지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질까'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가 처음부터 개성있고 톡톡튀는 명랑만화를 그린 것은 아니었다. 극화, 순정 등 다양한 만화를 전전하면서 자신의 세계가 뭔지 많이 헤맸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안됐죠. 사귀던 여자에게 버림받고 문전박대를 당하고 고물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여관에 들어가 한 숨도 못자고 '이제 더 이상 갈데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하룻밤만에 만든 캐릭터가 '1남4녀 막순이'에요. 둘리의 전신이죠."


만화를 그리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담 그리고 이브'라는 작품이 반응이 참 좋았어요. 6~7회만에 난리가 났죠. 그런데 14회만에 짤렸어요. 이유는 인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것이었죠. 연재중이던 잡지도 함께 초토화됐습니다."


김수정 작가는 둘리 이외에도 '오달자의 봄' '날자 고돌이' '신 인 부부' '일곱 개의 숟가락' 등 작품이 공전에 히트를 치면서 인기 만화가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오달자의 봄'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지면으로만 남게됐다.


"요즘에는 꿈이 만화가인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만화산업은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조직화가 안 돼 있어요. 만화원고는 많은데 이것은 애니메이션화하기는 어렵죠. 일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을 쫓아갈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죠."


영화 '아기공룡둘리-얼음별대모험'의 경우 흥행에 성공했지만 제작비를 갚는데 5년이 걸렸다. 둘리로 벌어들인 수익이 바로 다른 작품을 만드는데 재투자되지 못하고 번 돈이 회수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이런 부분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김 작가는 강조했다.


"정부지원이 인색하고 투명하지가 않아요. 이제는 정부지원을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둘리가 이런데 다른 작품들은 오죽하겠어요?"


그가 꼬집는 정부지원책의 문제점은 일단 액수가 미미하다는 것과 지원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설비투자에만 돈을 퍼붓는 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원을 한다고 하면 일단 건물부터 짓습니다. 눈에 보이는 투자, 지원하는 척하는 것이죠. 정말 지원받을 곳이 없습니다." 한국 만화산업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낸 원로 만화가의 말이 안타깝게 와닿았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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