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 1만원권과 비교해 보면 실제 가치는 낮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만원권이 발권된 지 10일이 지났지만 일반 상거래에서 5만원권을 접하기 쉽지 않다.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물건을 사기에는 액면가가 너무 높아 당분간 급속한 유통확대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1973년에 나온 1만원권은 2009년판 최고액권인 5만원권을 '하찮다'며 비웃는다.
한국물가정보 자료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돌이켜봤다.
"지난 1973년 세상에 태어난, 난 36살 먹은 1만원권이다. 당시 내가 세상에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나를 감히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다. 당시 내 위상을 말하자면, 쌀 가게에 가서 나를 내면 주인은 40kg짜리 쌀 세 포대를 내주며 그것도 모자라 1360원을 거스름돈으로 내줬다.
지금 최고액권이라고 어깨에 힘을 주고 있는 너(5만원권). 마트에 가야 기껏 40kg짜리 쌀 한 가마도 살 수 없는 것이 네 처지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한 그릇을 먹고 손님이 나를 내밀면 주인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1970년 자장면 값은 한 그룻에 100원으로 내 힘만으로 자장면을 무려 100그릇을 사서 온 동네가 파티를 할 수 있었다. 지금 너(5만원)는 기껏해야 자장면 10그릇 주문하면 몇 천원 정도 남을까?
더욱이 너는 위조를 막겠다며 온 몸에 덕지덕지 위조방지장치를 달고 태어나 몸에 구멍이 생기네, 로고(5)가 지워지네 말도 많지만 최소한 나는 그런 핀잔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일단 최고액권 영예를 너에게 넘겼으니 앞으로 온 국민과 행복하길."
36년만에 최고액권 액면가는 5배 올랐다. 그러나 물가정보에 따르면 쌀이나 자장면 이외에도 1970년 이후 담배는 10원에서 2500원으로 250배가 올랐고 택시 기본요금은 60원에서 2500원으로 42배, 라면은 20원에서 약 600원으로 30배가 올랐다.
1974년 개통된 지하철 기본구간 요금은 30원. 현재는 900원으로 30배가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의 실제 가치는 1970년대 1만원권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와 더불어 5만원 권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며 "향후 화폐유통속도를 보고 추가적인 공급물량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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