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4.29 재보선 참패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이른바 국정쇄신 정국에서 오랜동안 침묵해왔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개각 등 국정쇄신책을 요구해왔지만 별다른 언급없이 경청과 숙고의 모드라는 원론적 입장을 제시해왔다.
다만 지난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라디오연설을 통해 이른바 '근원적 처방'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방미 이후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질 것임을 시사해왔다.
이 대통령은 21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공석 중인 4대 권력기관장 후속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국세청장의 경우 한상률 전 청장이 그림로비 의혹으로 물러난 지 무려 5개월째 공석 상태였고 검찰총장 역시 임채진 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20여일 째 자리가 비어있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정쇄신책은 검찰총장·국세청장 후속인사에 이어 내각 및 청와대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따라 이날 인사는 이 대통령의 고민을 함축하는 '근원적 처방'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 것.
4대 권력기관장 중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후임을 내정한 이날 인사는 한마디로 파격이었다. 이 때문에 향후 개각 등의 과정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이 대통령의 승부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검찰총장의 경우 오랜 기수관행이 깨졌고 국세청장 역시 학자 출신의 외부 전문가를 발탁했다. 그동안 검찰과 국세청 인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조직의 세대교체 및 개혁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초부터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의 인선 컨셉은 조직의 일신과 외부인사의 발탁 등에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검찰의 경우 과감한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특히 천성관 내정자가 사법고시 22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선배 기수들의 연쇄적 퇴진 등 검찰 조직 내부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
이는 국세청 역시 마찬가지다. 한상률 전 청장을 포함해 국세청 내부 출신의 수장들이 비리의혹 등으로 불명예 퇴진했다는 점에서 외부인사의 기용은 국세청 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남다른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남은 관심은 내각과 청와대 개편 등의 인적쇄신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여전히 국면전환용 성격의 인적쇄신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장관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국정운영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른바 '국면전환용 개각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갈등에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 증폭, 개회조차 불투명한 6월 국회 전망 등을 감안하면 모종의 조치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대한 후임 인선을 기점으로 내각과 청와대 조직개편 역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우선 김경한 법무장관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사의를 표명한 것은 물론 장관급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날 신임 국세청장에 내정되면서 장차관급 후속 인사수요가 있다.
특히 내각의 경우 지난 1.19 개각 당시 교체된 경제팀 일부를 제외고하는 평균 1년 이상 재직한 장관들이 적지 않아 일부 장관들의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이후 당청간의 끝없는 불협화음 등이 안정적 정국운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인 장관 입각설도 여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내달초 선진8개국(G8) 정상회의를 전후로 내각와 청와대 참모진 일부를 교체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울러 개각 등의 국정쇄신과는 별도로 이 대통령이 정치문화의 혁신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을 통해 국정 쇄신을 위한 '근원적 처방'을 대국민 담화로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제시한 근원적 처방을 ▲ 개헌 ▲ 선거구제 개편 ▲ 행정구역 개편 등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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