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과 금융권 빚이 500억원 이상인 개별 대기업에 대한 재무평가가 완료된 가운데 수만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도 다음달 마무리된다. 대한민국 산업 전반이 본격적인 구조조정 모드에 돌입하는 셈이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12일 "채권단의 일정을 고려해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7월까지 완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기업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위해 중소기업 평가를 이달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건설·조선업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채권단을 고려해 한 달정도 여유를 두기로 했다.
평가대상은 주채권은행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 채권단 전체 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인 곳이다. 이들 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자율평가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일괄적인 평가를 통한 옥석가리기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에 평가대상 기업과 심사 일정을 담은 계획서를 취합해줄 것을 요청했다.
평가결과 워크아웃(C등급)이나 퇴출(D등급) 대상으로 분류될 기업 숫자는 예년에 비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4분기만 해도 국내은행이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신규 선정한 중소기업이 지난해 같은기간의 126개에 비해 360.3% 증가한 580개사에 달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신속지원프로그램(패스트트랙)에 따라 지원을 받은 기업들도 재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원칙은 변함없지만, 이번 기회에 한계기업이 어떤 곳인지도 명확히 가려서 한정된 자원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권단은 금융권 빚이 500억원이 넘는 개별 대기업을 대상으로한 평가 결과, 433개 세부평가 대상 중 구조조정 추진대상(C·D등급)으로 총 33개사를 확정했다. 전체의 7.6%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셈이다. 이 가운데 22개사는 C등급으로 분류돼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D등급으로 분류된 11개사는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한다.
금융회사들이 개별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쌓아야하는 대손충당금은 총 9800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충당금 추가 적립시 은행권의 평균 BIS비율은 약 0.07%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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