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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김상조 '대기업 구조조정' 공방

한국경제 최대 현안인 기업구조조정의 추진현황과 방향을 놓고 금융당국과 학계간 설전이 펼쳐졌다.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다.

포문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열었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공정거래위원회)의 방식대로 단순합산 가중평균으로 부채비율을 산정하면 대기업그룹의 재무위험을 크게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부실 과소평가' vs '부채비율 문제없다'=
김 교수가 48개 상호출자제한집단 중 공기업 등을 제외한 40대 그룹을 대상으로 공정위 방식이 아닌 '연결합산' 방식으로 산출한 결과, 부채비율 200%이상인 곳은 23곳에 달했다. '연결합산' 방식은 계열사의 재무제표상 부채와 자산을 단순 합산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식과 달리 ▲각 그룹의 출자구조상 최상위 회사의 연결 재무제표를 합산하고 ▲미포함된 국내 계열사의 개별 재무제표를 더한 뒤 ▲계열사간 출자 등 내부거래를 제거하는 방식이란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23곳 가운데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GM대우·삼성테스코 등 4개 그룹은 500%를 넘고, 금호아시아나·두산·한국가스공사·STX·코오롱 등 5곳도 400%를 넘었다. 같은 방식으로 이자보상배율을 계산해본 결과, 작년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하이닉스를 포함해 한진·동부·대한전선·동양·삼성테스코 등 7곳이 1배미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미만이라는 것은 지불해야할 이자비용보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더 적다는 의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하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그룹은 총 15곳(삼성테스코는 중복)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대기업수(9곳)보다 많다. 다만, 김 교수의 통계대상(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채권단의 약정체결 대상(주채무계열집단)의 범위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와관련 "연결합산 방식으로 계산하면 당연히 부채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도 단순합산 뿐만 아니라 계열간 상호거래를 제외한 수치 등을 다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들이 디레버리징(부채축소)를 많이해 적어도 부채비율로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제대로 못밝히나' vs '세계적으로 유례없는일'=
논란은 대기업구조조정의 '투명성'과 구조조정방식에서도 이어졌다. 김상조 교수는 "한진그룹과 웅진그룹은 재무평가에서 불합격을 받고도 약정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코오롱그룹은 애초 MOU 대상이나 불합격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현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그런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또 "부실여부를 판정할때는 여러 재무지표를 판단할 수 밖에 없고, 지표마다 상이한 신호가 나올수 밖에 없다"며 "결국 최종 선정 결과는 정부·채권단과 대상그룹간 물밑 협상에 상당부분 좌우될 소지가 있는데, 정부는 이에대한 명확한 기준을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부위원장은 이에대해 "구조조정 대상 여부는 단순 재무지표 뿐만 아니라 미래 현금흐름 등에 따라 상당히 바뀐다"며 "그런 부분은 채권단과 기업간 협상에 따라 해야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부위원장은 또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다 알리라는 것인데, 국제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곳은 없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그때 다 밝히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PEF ‘모럴해저드’ 논란도=
산업은행이 부실그룹의 계열사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에 대한 '모럴해저드' 지적도 나왔다. 김상조 교수는 "PEF의 손익을 계산해보면, 매각기업은 경영프리미엄을 받고 콜옵션도 갖고 있어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PEF 재무적투자자도 수익률이 보장되므로 손해가 없다"며 "그러나 산은이 수익을 남길 가능성은 낮은 반면 구조조정 실패의 위험은 전부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는 국민세금 부담을 전제로 부실기업에 이익을 주는 모럴해저드 우려가 있는 것"이라며 "막대한 유사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금융공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신진영 연세대 교수도 "구조조정 대상은 대부분 무리하게 공격적인 M&A를 시도한 기업들인데, 이런것이 나중에 교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있어야된다"며 "실패에 대한 패널티는 묻지 않고, 경영권 프리미엄과 우선매수권 등 좋은 옵션만 주는 구조조정이라면 당장 상황은 해결할 수 있어도 향후 추가적인 부실을 발생시킬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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