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저한 시황 변동(주가 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으로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결정된 사항이 없습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코스닥 회사들이 내놓은 한결같은 답변이다. 이 같은 이른바 '면피용' 답변이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주가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으로 금융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거래소가 주가 급등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한 코스닥 기업은 총 26곳에 달한다. 거래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4개 기업이 주가 급등 관련 조회공시 답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케이디씨정보통신, 세코닉스, 파나진, 중국식품포장유한공사, 이수앱지스, 한글과컴퓨터 등 6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의 대답은 "주가 급등에 대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였다.
케이디씨의 경우엔 "단일 판매 공급 계약 체결 공시 외에는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도 "주가 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은 없다"고 우선 밝힌 뒤 "다만 최대주주에 확인한 결과 현재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주가 급등 사유가 없는 게 아닌 있음을 밝힌 셈이다.
최근 정부가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상한가 랠리를 펼친 일부 로봇 관련주도 모두 조회공시 대상이 됐다. 유진로봇을 비롯해 다사로봇, 우리기술 등이다. 이들 업체의 대답도 역시 주가 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개인투자자 A씨는 "로봇주가 급등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 어떤 호재가 작용했고 테마주 강세장에서 왜 올랐는지 모르는 개미들이 어디 있겠느냐"며 "보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조회공시 답변이 나왔으면 편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일 상한가 랠리를 펼치다 급 반락하는 등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들이 대부분"이라며 "투자자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의 조회공시 제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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