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크라이슬러의 채권단이 채무 85%를 탕감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맞서며, 채무의 35%의 주식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단은 20일 재무부에 보낸 5페이지 분량의 수정요구안에서 채권단은 24억달러의 채무를 줄여 45억달러 수준까지 낮춰주는 대신 크라이슬러 지분 40%와 이사회 의석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더라도 전채 채권의 65%는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은 또 "기존 정부의 요구 조건은 희생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 아닌 불공정한 것"라고 비판했다.
WSJ은 채권단의 이 같은 수정안 제기는 미국 정부에 대해 '벼랑끝 전술'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크라이슬러의 채권의 60% 이상을 보유, 채권단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JP모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들 역시 모두 구제금융을 받은 상황이어서 이들이 일방적으로 떠안게 되는 손실은 다시 정부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단은 또 이탈리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는 댓가로 지분율에 상관없이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크라이슬러에 기술 이전만을 주장하고 있는 피아트에게는 부담스런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이같은 채권단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이같은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성명서에서 "이같은 조건은 크라이슬러의 채권자들은 물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당한 회사의 구조조정 노력을 통한 수익을 얻으려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재무부는 또 "우리는 채권단이 보다 건설적이고 현실을 반영한 주장을 해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라이슬러는 이달 말로 다가온 구조조정 최종 시한까지 피아트와의 제휴 협상을 완료함과 동시에 채권단 및 전미자동차 노조와도 부채 감축을 위한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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