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거부와 핵재개발 시사의 배경은 무엇일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14일 외무성 성명으로 "이런 회담(6자 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의 그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고 발표했다.
안보리가 같은 날 의장성명을 발표한지 8시간 30여분만이다. 이런 발빠른 반응은 북한이 평양의 계획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성명에서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무력화되었던 핵시설들을 원상복구하여 정상가동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그 일환으로 시험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이 깨끗하게 재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과 그에 기초한 비핵화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로켓 발사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외무성 성명은 "우리의 자주적인 우주이용권리를 계속 행사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강력한 반발은 장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PSI전면참여 선언을 고려 중이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외교라인 임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상당기간 동북아 정세의 냉각기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2006년처럼 핵 실험을 하거나 NLL을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제재를 가하는 쪽의 전열이 정비되지 않고 안보리 의장성명의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더 강도 높은 조치를 할 의도가 있지 않냐는 우려다.
그러나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이번 외무성 성명에서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일본을 맹비난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2006년 유엔 결의 1695호와 1718호에 대해 미국을 직접적으로 지목하며 비난하던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양무진 경남대 대학원 교수(북한학)은 이에 대해 "6자회담과 비핵화는 거부하면서도 미국과 대화를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도발은 어디까지나 평양 지도부의 계산된 행동이라는 뜻이다.
또 미국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란 점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흔들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에 무작정 강공 카드를 날릴 수가 없다. 북한은 미국의 이런 입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향후 북미 양자 협상을 끌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진짜 의중은 이런 냉각 상황에서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들'을 어떤 카드로 활용하는냐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