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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디저트가 필요한 이유

[이가림 파티셰의 디저트 종합선물세트]

생일날이나 크리스마스에만 맛보곤 했던 케익이 어느 새 우리 식생활의 일부가 됐다는 걸 느끼시나요?

한국인에게 오랫 동안 사랑을 받아온 버터크림 케익과 생크림 케익은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의 목적이 컸습니다. 듬직한 사이즈의 롤케익과 파운드케익은 가격 대비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고요.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턴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먹기 위해서, 또는 단순히 맛이 있어서 케익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김치, 된장찌개로 밥을 먹고 난 후 과일 한 쪽이면 족했던 우리의 식탁 위에 왜 이렇게 다양한 달콤한 것들이 필요하게 됐을까요?

첫째, 바뀐 한국인의 식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저트 문화의 꽃을 피운 프랑스인들의 식사는 야채, 고기 등으로 이루어진 요리에는 설탕이 전혀 들어 있지 않고 곁들이는 빵도 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만으로 만든 아주 심플한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먹고 나면 배가 부른듯 해도 무언가 허전한데, 바로 탄수화물(당분)입니다.

그래서 요리의 마지막에는 부족한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단맛이 강한 디저트가 당연히 나왔어야만 했습니다.

반면, 우리의 식단에는 반찬에 설탕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무엇보다 밥(탄수화물 덩어리)으로 배를 채우다보니 탄수화물 섭취는 이미 충분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식후에 단 디저트류가 별로 끌리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쌀 소비량이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점점 서구화돼 가는 우리의 식단이 자연스레 달콤한 디저트를 필요로 하게 된 것입니다.

둘째, 외국의 디저트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은 의외로 맛에 대해 보수성이 강해 낯선 맛에 대해 별로 너그럽지 못한 편인데 해외 여행이나 어학연수, 유학이 늘어나면서 외국 문화를 접하게 되고, 다양한 디저트에 대해서도 친숙함을 갖게 됐습니다.

일례로 10년 전 필자가 제과 공부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 푸딩을 먹어 보고 깜짝 놀랐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다니…. 이거 한국 가서 팔면 대박이겠다!"

하지만 1~2년 전만해도 한국에서 푸딩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구도 낯선 푸딩을(게다가 전형적인 케익의 모양도 아니고) 사서 먹어 보려하지 않았습니다. 푸딩이 최근에 들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많은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하거나 매스컴 등을 통해 푸딩과 친숙해지고 난 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는 소중하니까'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유입니다. 비싸더라도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며 자기 만족을 하는 문화가 생긴 것이죠.

특히,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급 디저트는 더 잘 팔린다는 일본의 통계가 있습니다. 비록 명품 가방을 사는 '큰 사치'는 못하지만 최고급 디저트를 먹는 '작은 사치'는 가능하니까요.

<레꼴두스 쉐프 이가림>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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