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ㆍ강서 등지의 뉴타운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반면 올 들어 역세권 소형아파트나 강남권 아파트 인기는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뉴타운 추가 지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3.3㎡당 2200만∼2300만원을 호가하던 화곡동 신축 빌라 지분값이 1년 사이 500만원 이상 하락했다. 본격적으로 집값이 빠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지만 지난해 봄 가격이 고점을 찍은 후부터 거래가 뜸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4차 뉴타운 지정 후보지로 여러 차례 지목됐던 강서구 화곡본동 일대. 지하철 5호선 화곡역과 까치산역 주요 진입로에 한집 건너 들어차 있던 공인중개업소가 눈에 띄게 줄었다.
뉴타운 예정지역 다세대(빌라) 주택 인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골목 100m 주변에 줄잡아 20여개의 공인중개업소가 들어차 있었다. 그러나 뉴타운 추가지정에 대한 기대가 사그러들고 지분가격(집값)도 크게 빠지면서 중개업소들이 하나 둘씩 이곳을 떠났다.
이들 중개업소 중 절반 가량은 간판이나 실내인테리어가 새 것으로 치장돼 있던 곳이다. 최근 본거지를 옮긴 이들 중개업소는 호재가 있는 지역을 찾아 1∼2년 단위로 치고 빠지는 중개업소다.
뉴타운 밀집지역인 강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북구 미아동 이면도로변 Y공인중개업소에는 오늘도 손님의 발길이 뜸하다. 건너편에 있던 중개업소는 얼마 전 점포를 강남으로 옮겼다고 한다.
Y중개업소 사장은 "뉴타운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고 집값도 하락하면서 몇 개월째 성사시킨 거래가 한 두건에 불과하다"며 "호재가 있는 지역을 찾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중개업소의 경우 체인형태로 여러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뉴타운 지역의 인기가 수그러 것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값이 많이 오른데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환금성면에서도 아파트보다 나을 게 없어서다.
반면 최근 2년 사이 서울지역 1억원 미만 아파트는 100가구 중 98가구가 사라질 정도로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서울 외곽이나 역세권 미니 아파트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불황에 맞닥뜨려 소형 주택을 찾는 세입자나 집주인들이 많아져서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도 높아졌다. 뉴타운 지역이나 개발 예정지 다세대 주택 가격이 오르는 동안 꾸준히 값이 빠진데다 강남권을 억누르던 규제가 상당부분 풀린 것도 이유다. 제2롯데월드 허가나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추진 등 새로운 호재가 등장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포동이나 잠실 등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값은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지난 2006년 말 고점 대비 90% 수준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이 같은 현상은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평균 10여명에 육박했던 서울지역 연립ㆍ다세대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 1월 5.2명에 그쳤다. 2월과 3월에도 각각 7명과 6.6명으로 법원 경매 참여자들의 투자 1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반면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 1월 9.1명에서 2월에는 11.3명으로 아파트 인기가 높아졌다. 3월에도 7.7명으로 전월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저가인 연립ㆍ다세대 평균 응찰자 수를 웃돌고 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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