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너럴 모터스(GM)의 파산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가운데 GM 채권단과 노조가 출자전환에 응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상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GM의 파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고 채권단도 이에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양자간의 구도는 흡사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 채권단, 시간끌기로 오바마 공략
물론 GM이 파산할 경우 채권단이 들고 있는 290억달러에 달하는 무보증채권은 거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의 가장 큰 무기는 시간이다. 지난해 말 GM의 자동차 금융부문인 GMAC 지원결정 당시에도 파산을 앞두고 시간끌기로 승리한 것은 채권단이었다.
현재 GM 채권단의 구성도 대부분 GMAC의 지원결정을 받아냈던 같은 채권자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은 채권자와 노동자들에게 파산이라는 카드를 들이대며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에게 자동차 업계의 파산 신청 등의 과정이 짧으면서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반면 채권단은 시간끌기를 통해 GM 문제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는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GM의 파산을 통해 법정에서 빠른 처리를 하려는 백악관의 전략도 무산시킬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만약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GM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은 없고, 결국 전통적인 의미의 파산으로 흐르게 된다.
이는 물론 문자그대로의 파산보다는 크게 복잡할 것으로 전망이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177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GM의 채무를 고려한다면 이는 전후무후한 규모의 엄청난 파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 구조화된 파산 가능성
백악관이 선호하는 또다른 옵션으로는 구조화된 파산이 있다.
구조화된 파산이란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파산보호신청 전에 만나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통신업체인 NTL의 파산 당시 적용됐던 방식으로 최종 처리기간은 9개월이 소요된 것을 비롯, 소규모 업체들의 파산의 경우 평균 7개월여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약 채권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과거 구조화된 파산을 추진했던 유통업체 K마트의 경우 15개월이 걸렸고 유나이티드항공의 모그룹인 UAL의 경우는 30개월이 소요됐다.
따라서 소요기간을 단축시키는 관건은 파산결정 이전에 얼마나 많은 채권자들과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채권단이 합의가 지연될 경우 정부로서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한 파산 전문 변호사는 "GM과 같은 대규모의 채권단과 과연 합의에 이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하는 점이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 오바마의 히든 카드는
이번 주 초반 오바마 대통령과 채권단의 첫번째 힘겨루기는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GM의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주요한 이해관계자이면서도 계속 배제돼 온 채권단 측이 실망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일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채권자들을 흔들어 놓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같은 파산처리 정책이 과연 빠른 시간내에 해결될 수 있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정부로서는 또다른 카드가 있다. GM을 파산에 이르도록 추궁하지 않고 추가자금 조달을 막으면서 운영자금을 모두 고갈해버리는 것이다.
이 경우는 사실상의 GM 유동화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채권자들에게는 최악의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과거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사라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이같은 운명의 선택을 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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