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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금융제국' AIG의 패망사

[아시아경제신문 김정민|강미현 기자|기자]세계최대 보험사, 무너지지 않는 보험금융제국으로까지 불리던 불침선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merican International Group)이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라는 '빙산'을 만나 침몰하고 있다. 미정부는 수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쏟아부으며 회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영광의 역사
AIG의 역사는 중국에서 시작됐다. 창립자인 코넬리우스 반데르 스타가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보험대리점을 개점한 것이 시초다.

이후 AIG중흥의 역사를 일군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이 67년 취임한 이래 40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초창기 보험대리점이 아닌 독립적인 보험 모집인을 통해 보험상 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을 구축,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성공한 것이 AIG 성공의 토대가 됐다.

이후 전세계 85개국을 대상으로 한 손해보험, 70개국에서 판매되는 생명보험과 퇴직연금서비스는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고 이후 소매금융에서 항공 기 임대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다.

한때 매출액 1132억 달러, 순수익 140억달러의 엄청나 실적을 올리며 전세계에서 10만 가까운 직원들이 AIG의 간판아래 자랑스레 일하던 기억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의 해일에 휩쓸려 더이상 찾아볼수 없게 됐다.

◆몰락의 시작
AIG의 몰락은 고대 북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을 일통한 대제국을 건설했던 로마제국의 역사와 닮은꼴이다. 게르만족의 대공세로 대표되는 외부의 침입과 내부의 구조적 모순이 부딪치면서 로마는 패망의 길을 걸었다.

AIG 역시 부실채권 등으로 인한 내부적 문제를 안고 있다 때마침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외부의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가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초조한 투자자들은 어떤 기업이 ‘제 2의 리먼’가 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적자행진을 보이고 있는 워싱턴뮤추얼, 모기지 채권의 부실 정도가 리먼브라더스 못지않은 메릴린치 등이 거론됐는데 이 가운데서도 AIG의 위기만큼은 미국인 전체가 피하고 싶은 ‘재앙’이었다.

당시 영국 BBC방송은 ‘최대 고민은 AIG’라며 ‘리먼의 파산이 간접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면 AIG의 위기는 전 세계 수백만 소비자들과 기업에 직접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AIG와 비교하면 리먼브라더스의 위기는 시시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9월 중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신용강등을 경고하고 나선데 이어 AIG는 자금조달을 위해 황급히 사모펀드(PEF)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JC 플라워스와 협상에 돌입했다.

자회사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의 보도도 잇따라 들려왔다.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전 AIG그룹 회장 겸 CEO는 "미 최대의 보험사(자산규모기준)인 AIG가 정부나 다른 투자자의 외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 섞인 읍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파산의 엄청난 파장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FRB(연방준비은행)를 통해 850억불(이후 600억불로 수정)을 지원하면서 AIG는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위급한 상황을 넘긴 AIG는 최고경영자(CEO)를 갈아치우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특히 항공기 임대사업, 재보험사업 등 15개 이상 사업부문을 매각해 정부로부터 진 빛을 갚기로 작정했다. 글로벌 생명보험사업부와 미국 연금사업부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에 핵심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AIG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신 AIG 지분 79.9%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확보, 국유화의 첫 단추를 꿰었다. 독립 민간 기업으로서의 AIG 100년 역사에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중병 앓는 AIG 회생 가능성은?
한동안 잠잠했던 AIG는 작년 말 있었던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함으로서 곪은 상처를 그대로 드러냈다.

AIG측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이 실적에 반영돼 손실을 기록했다”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무엇보다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산매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4분기 실적 역시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 아래 매각 사업부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그 누구도 고가에 이를 선뜻 매수하려 나서지 않았다.

성사 직전까지 갔던 취리히파이낸셜 서비스와의 자동차 보험 사업 부문 매각 협상 역시 가격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또 다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AIG가 사업부를 분할해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할 것이라는 말들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뚜껑을 열고 확인한 4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처참한’수준. 총 617억달러(97조1775억), 주당 14.17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냈는데 이는 전문가 예상치 주당 0.37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설상가상으로 무디스는 AIG 후순위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2'의 '정크(쓰레기) 본드' 수준으로 강등했다.

결국 2일(현지시간) 미 재정부는 우선주를 받는 대가로 AIG에 300억 달러의 추가 구제 규모를 제공하는데 합의했다.

주요 사업부문이던 생명보험부문인 알리코와 국제 보험사업부문인 AIA 부문을 미국 정부의 감독하의 특수목적 관리하에 넘기기로 했다. 한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보험금융제국을 이룬 AIG가 사실상 국유화된 것이다.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AIG는 우선주에 대해 주당 10%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AIG가 매년 부담해야 할 배당금의 절대규모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글로벌 신용평가 업체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경우 AIG는 70억달러의 추가 자금조달 비용을 계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용은 산더미같이 늘어나고 있지만 추가적인 수익성은 개선될 여지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국유화 이후 안정화를 보이면 다행이지만 추가 부실이 계속 발생하고 이에 따른 정부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제 2의 금융위기’가 도래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때 미국을 대표하던 효자 기업 AIG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미국 정부에 안겨준 셈이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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