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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중소기업이 사는 길

시계아이콘02분 16초 소요

도쿄 쿠로다에 있는 금형회사인 오카노공업사는 종업원 6명이 연 70억원의 매출을 올립니다. 사장도 ‘대표사원’이란 직함을 쓰는데 이 회사는 액이 세지 않는 리튬이온전지케이스를 개발해 휴대전화의 소형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합니다.


또 찔러도 아프지 않는 주사침을 개발해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등 기술과 상식을 뒤엎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술의 개발을 고집합니다. 오카노공업사의 기술은 널리 알려져 일본의 대기업인 마쓰시다와 소니를 비롯해 미국 항공우주국과 미국 국방부에서도 개발을 의뢰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대기업과의 만남을 통해 꽃피운 사례입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탄력적인 조직 문화와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얻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받아들여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윈-윈 경영’입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기와 연호전자가 발광다이오드(LED)의 핵심 부품인 리드프레임의 초박막 제품을 공동 개발한 것이나 LG전자와 삼신이노텍의 블루투스 스테레오 헤드셋 개발 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 기술 개발에 의한 상생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경기도 안성 3공단에서는 어제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동 개발한 제품을 첫 출시해 납품하는 감격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칼로리메타와 환경구현장치를 생산하던 3S코리아란 중소기업이 외국에서 전량 수입해 쓰는 반도체산업의 웨이퍼 운반용기를 국산화해 첫 제품을 출시한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생산기술을 도입해 공장을 신축하는 등 2년여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입, 국내 산업에 필요한 제품을 국산화한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일입니다.


3S코리아의 웨이퍼 운반용기 국산화에는 웨이퍼회사인 실트론과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생산 제품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새로운 상생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도 이 회사 제품을 쓸 예정이라니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웨이퍼 운반용기는 반도체산업에 웨이퍼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지만 그동안 특허 등의 어려움으로 전 세계에서 미국 1개사와 일본 2개사 등 3개사만이 제품을 생산해 왔습니다.


이번 국산화로 연 1000억원대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엔고에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반도체업계에도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공동 노력이 국내 반도체산업에 새 영역을 개척한 셈입니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약 16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을 1년간 연장해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 보증기관이 제공하는 보증규모도 대폭 늘리고 자영업자들의 보증 요건도 완화키로 했습니다.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해도 중소기업에 돈이 돌지 않자 은행들이 마음 놓고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갈수록 깊어지는 침체의 수렁에서 중소기업을 구해보자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은 매일 15곳 가량이 경제 한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정부가 대기업과 건설·조선 등 일부 업종에 매달리는 사이에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뒤늦게나마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조치가 나와 다행스런 일입니다.


중소기업은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뿌리나 다름없습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많아 고용증대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선 우리 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것만 봐도 중소기업이 몰락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피해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중소기업은 균형 있는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어 지역경제 개발 효과도 큽니다. 또 대기업에 의한 산업의 독과점으로 경직되기 쉬운 경제체제의 경쟁자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현실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하며 하청구조를 이루고 있어 대기업 입김에 따라 중소기업의 부침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중소기업도 다수가 소매업, 서비스업 등 자영업과 영세 기업이 압도적이며 지역적인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는 지역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능가하는 고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도 많으며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도 상당수 있습니다. 일본의 중소기업은 지역산업을 담당하는 로컬기업에서부터 세계적인 기술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납품계약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기술을 가로채는 등 강자의 논리가 적용되는 그런 모습들입니다.


그러나 요즈음 같은 경제위기에서 살아남는 길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서로 지원하고 육성하고 의지하며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기술 개발을 돕고 제품 생산계획을 사전에 설명해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을 부축하며 필요할 땐 인력까지도 파견할 수 있는 확고한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3S코리아와 같은 희망적인 사례가 산업계 곳곳에서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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