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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CEO의 별명

지난 5일 쌍용양회 회장으로 승진한 홍사승씨와 화승그룹의 고영립 회장은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기업의 '별중의 별'인 회장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들이다.

경기상고, 국민대 경영학과를 나온 홍 회장은 1962년 설립된 쌍용양회에 67년에 입사해 42년만에 회장에 올랐다. 별명은 '일벌레'다. 지독한 일벌레로 알려졌다.

재무 부서에서 출발해 꼼꼼하기 이를데 없다. 담배는 즐기나 술은 안하고 흔한 골프도 안 친다. 주말에도 출근한다. 회사가 비상경영으로 먼저 취한 조치가 토요일 출근이었다. 직원들은 적잖이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극심한 시멘트 불황기에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고려대 법대를 나와 1976년 동양고무(현 화승)에 입사한 고 회장은 2007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IMF 외환위기때 신발회사 주력인 회사를 구조조정해 자동차 부품, 정밀화학을 양대 축으로 일구고 연매출 3조원 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별명은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회사를 불시에 방문하거나 현장을 돈다고 해서 '올빼미'로 불린다.

1976년 직원 5명으로 시작해 연매출 2000억원대 금형 전문기업으로 일군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회장은 품질에 대한 애착이 근무복에 '김품질'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다닐 정도로 강하다. 김 회장은 회원 자체가 영예인 공학한림원 회원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명화금속의 임정환 회장은 57년 동안 나사만 만들고 특허만 170여개가 넘어 '나사 대통령'으로 불린다.

이에 비해 의료소재업체 메타바이오메드의 오석송 사장은 해외를 자주 돌아다녀 '오삿갓'으로, 하이마트 선종구 사장은 시도 때도 없이 지점을 방문해 '선삿갓'으로 통한다.

직원들이 직접 붙여준 CEO 별명으로는 즐겁게 일하는 기업문화를 강조해 온 웅진코웨이 홍준기 사장의 '해피홍(Happy Hong)' , 곰 같은 푸근한 인상에 업무처리는 꼼꼼하다고 해서 붙여진 동화자연마루 김정수 대표의 '곰의 탈을 쓴 여우'가 있다.

경영자의 별명은 경영 스타일과 기업문화를 나타낸다. ○○전도사, ○○귀재, 미스터○○, ○○전문가, 불도저 등이 그런 예. 최근 기업 인사에서 떠오른 경영자들 중에도 이런 별명이 발견된다.

어감이 좋던 나쁘던 개인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기업만 잘 이끈다면야 뭔들 상관하랴. 다만 요즘처럼 고용불안, 화합이 중요한 시대에 무지막지한 해고를 자행했던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중성자탄 잭(구조조정)', 또는 '잭나이프(단칼)' 같은 경영자 별명은 안 나왔으면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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