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사장 내정자가 14일 임시주총에서 CEO로 공식 선임되는 것을 계기로 KT-KTF간 합병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면서 KT의 '시내전화 사업'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급부상했다.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이 KT-KTF간 합병 조건으로 시내망 사업 분리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시내망'이 KT-KTF 합병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3일 "유선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KT가 무선 2위 사업자인 KTF를 합병하면 유선의 영향력이 무선으로 전이될 것"이라며 "KT가 KTF와 합병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내망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옛 정보통신부 시절 KT가 KTF를 분사토록 한 것은 유선에서 무선으로의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KT가 유선 사업자로서 시장 지배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KTF를 합병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는 1996년 PCS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통신프리텔(KTF 이전 법인명)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으며, 2001년 5월 한국통신프리텔이 한국통신엠닷컴과 합병되면서 지금의 KTF로 사명이 바뀌었다. 현재 KT는 KTF의 지분 52.45%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측은 "KT-KTF간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KT-KTF 합병이 굳이 진행된다며 KT내에서 '시내망' 사업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설립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T의 시내망 분리 요구는 '망 접속료'와도 관련이 있다. 망 접속료란 이동전화에서 시내전화로, 또는 시내전화에서 이동전화로 전화를 걸 때 발생하는 요금을 통신사업자들끼리 주고받는 돈이다.
예컨대, SK텔레콤 가입자가 KT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KT시내망에 접속돼 통화가 이뤄지면 SK텔레콤이 KT에 접속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따라서 KT와 KTF간 합병이 이뤄지면 양사간 접속료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KT-KTF 합병으로 절감되는 망 접속료가 한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해마다 수 천억원의 접속료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KT-KTF간 합병은 경쟁사들에게 불리한 경쟁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시내망 분리는 타당한 망 접속료 산정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2월 옛 정통부와 공정위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를 조건으로 네트워크 고도화, 800MHz 주파수 독점 해소 방안을 제시한 것처럼 KT에도 이에 준하는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T관계자는 이에 대해 "KT는 이미 KTF의 주식 53%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합병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경쟁사들이 요구하는 시내망 분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KT 전체 매출에서 유선전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가운데 시내망이 상당한 비중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경쟁사들의 요구는 무리하다는 게 KT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합병을 공식화하지 않은 시점에 여러가지 논란이 빚어진 것이 유감스럽다"며 "우리가 합병 신청을 하면 방통위가 여러 조건을 검토할 것이고 그 때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공을 방통위로 떠넘겼다.
방통위 관계자는 "합병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시내망 분리 문제로 업체간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KT가 KTF와의 합병 승인을 공식으로 요청하면 시내망 분리 등을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 향후 시내망 분리를 놓고 업체간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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