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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팽개쳤던 SOC만 되살려도 건설경기 띄운다

[2009 신년기획]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선심성 공약..예산부족 이유 중단 줄이어
철저한 계획통해 계속공사 전환 이뤄져야
'민간 先투자-정부 後지급' 활성화가 관건


#1. 2006년 전라남도 한 지자체로부터 도로공사를 수주한 A사. 이 공사는 1700여억원의 장기계속공사였으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고, 결국 현장개설도 안된 상태다. 이 회사는 예산이 언제 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술자 파견 등 현장관리를 할 수도 없어 난감한 처지다.

#2. 2001년에 착공해 2005년 완공예정이었던 600여억원 규모의 B현장. 이 곳 역시 예산부족으로 52개월의 공기가 연장돼 올 연말이나 준공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가 80여억원이나 추가로 발생했지만 한푼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부족으로 건설현장이 멈춰서고 있다. 더구나 정부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장기간 소외된 현장들은 언제 착공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어 건설업계의 경영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지자체장의 민심용 사업이 건설업계의 경영난을 부추긴다"며 SOC의 철저한 계획, 예산 조기집행, 장기계속공사의 계속비공사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악순환..힘겨운 건설사

SOC는 내수경기를 되살리고 국민 편익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그동안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못해 국책사업 절반가량이 공사차질을 빚고 있고, 시공사들은 외상공사 등 파행운영을 일삼았다.

특히 도로의 경우 예산 급감으로 신규 공사가 해마다 절반 수준으로 줄고 있다.

국내 SOC예산은 2004년 17조4000억원에서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18조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는 가까스로 19조로 연평균 2.5% 상승에 그쳤다. 정부는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이제서야 올해 예산을 24조원대로 대폭 늘렸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부족으로 시공이 계속 미뤄져온 사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SOC예산 부족은 공기연장→경영부담→공사비 상승→품질저하→국민편익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는 교통인프라 축적을 지연시키고 국가 물류비 증가로 국가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8년 9월 말 현재 전국의 공공 SOC 현장 451개 중 47.7%인 215개 현장이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예산 부족 건설현장에서는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38.1%가 사전(외상) 공사로 대처하는가 하면 43.7%는 현장관리비 부담 등으로 공종이나 인원을 축소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권홍사 건설협회 회장은 "SOC투자는 고용없는 성장시대에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안정망 확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계속공사, 계속비공사로 전환해야

더 큰 문제는 바로 장기계속공사의 무계획적 추진에 있다. 최대 5년간의 예산을 확보한 뒤 진행하는 계속비 공사와 달리 장기계속공사는 당해연도 예산만 확보되고 총예산은 미확보된 상태에서 진행한다.

따라서 매년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지자체가 사업 발주만 하고 국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공기지연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지자체 선거 당시 표를 의식한 무계획적 사업들이어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건설경기 부양, 지방경기 활성화 등을 내걸고 예산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장기계속공사로 선심행정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건설협회 조사에서 장기계속공사의 경우 조사대상 321개 현장 가운데 57%(182개)가 적정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공사비가 확정된 계속비공사도 130개 현장 중 25.4%인 33개 현장의 예산이 제 때 배정되지 않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사전공사를 수행해 드는 금융 간접비를 76.2%가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전액보상을 받는 경우는 9.5%에 불과했다. 장기계약공사의 계약 첫해 예산배정액도 계약금액 대비 평균 3.3%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SOC예산 부족으로 연장됐거나 연장이 예상되는 현장은 55.2%에 달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올해 시범사업 수준에 머문 계속비사업의 민간 투자방식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선투자 방식 확대해야

그러나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SOC사업에 대한 민간 선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간선투자는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못함에 따라 우선 민간이 자금을 조달해 공사비를 대고 정부가 후불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민간자금 차입을 통한 선시공'을 추진했지만 건설업체의 참여는 총 3000억원 정도로 저조했다. 이는 인센티브가 예상보다 적기 때문이다. 민간선투자를 활성화할 경우 경제적 편익은 공기지연에 따른 손실액 최소 12조원을 사전에 방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는 4%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1000억원 공사의 경우 은행 대출로 마련할 경우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약 7~10%선으로 약 100억원 든다. 하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것은 4%이므로 40억원을 제외한 60억원은 시공사인 민간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이를 일종의 패널티로 받아들이고 민간선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공공보증 성격인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규모도 문제다. 현재 보증잔액은 3조900억원, 최대 6조원 수준으로 민간선투자 활성화시 보증잔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시공사의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공공보증의 역할을 할 산업기반신용보증 기금의 규모를 확대하고, 인센티브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영 기자 jsy@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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