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나선 케이뱅크가 3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본을 활용해 여·수신 상품 라인 확대를 통한 실적 증대뿐만 아니라 플랫폼비즈니스·디지털자산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어왔다"며 "확보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역량을 강화해 고객과 주주 모두에게 신뢰받는 혁신 금융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이달 4~10일 진행하는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12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 청약은 오는 20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며,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가능하다. 상장일은 3월5일이다.
케이뱅크가 이번 IPO에서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1주당 8300~9500원이다. 2024년 9월 두 번째 IPO 당시 공모 희망가가 9500~1만2000원으로 제시됐던 것과 비교하면 하단은 약 12%, 상단은 약 20% 낮아진 액수다. 상장 예정 주식 수인 4억569만5151주(예상 시가총액은 3조3673억~3조8541억원) 중 공모주식으로 6000만주(공모금액 4980억~5700억원)를 제시했다. 공모주식 수도 기존 8200만주에서 2200만주 줄인 것이다.
이는 과거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점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당시보다 코스피지수가 높아진 반면 공모 희망가를 낮춰 투자자들의 유입 요인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시장의 눈높이를 반영해 이전 대비 공모가를 낮추고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을 조정하는 등 주주친화적 공모구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과 올해 7월까지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조항을 걸었기 때문에 이번엔 반드시 상장해야 한다. 기한 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I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 대주주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케이뱅크는 사업확장을 위해서라도 코스피 상장은 필수라고 보고 있다. 상장 완료 시 7250억원의 과거 유상증자 자금이 추가로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산정 때 자본으로 인정받게 돼 약 1조원에 달하는 자금 유입 효과가 예상된다고 최 행장은 설명했다.
2024년 2차 상장 추진 때 공모 희망가 대비 낮은 액수를 책정한 것보다 시장에서 낮은 공모가가 형성된다면 대안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준형 최고전략책임자 겸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번 공모가 희망액은 보수적으로 책정해 지난번보다 20% 할인됐다. 아시다시피 카카오뱅크가 30% 이상 주가가 상승했고, 현재 기준으로 볼 때 공모가 밴드도 상승한 상태"라며 시장이 볼 때 적정한 공모 희망가를 책정했다고 생각해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최 행장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상장 후 신성장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1553만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여신 잔액 18조4000억원, 수신 잔액 2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최저 수준의 대출금리와 최고 수준의 예·적금 금리를 통해 2020~2025년까지 은행권 최고 수준의 여·수신 성장률(수신 49.9%·여신 42.8%)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2024년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1281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도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034억원을 달성하는 등 견고한 수익성을 증명했다.
취재진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업비트 통장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확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고 묻자 최 행장은 "지난 2년 동안 600만명 신규고객 찾아주셨다. 600만명 고객 중에 가상자산 이걸 이용하려는 분이 10%밖에 안 됐다. 나머지 90%는 시그니처 상품, 재미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며 "막대한 광고 홍보 없이도 차츰차츰 케이뱅크 상품 애용해주시는 고객들 많다"고 답했다.
최 행장은 이번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본을 활용해 여·수신 상품 라인업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중소기업(SME) 시장 진출, 테크 리더십 강화,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 디지털자산을 비롯한 신사업 투자 등 미래 성장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SME 시장 공략을 위해 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가계·SME 대출 비중을 5대 5로 조정해 수익성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연체율 증가 우려에 대해 최 행장은 "기업대출이라도 여신 정책이나 평가 모델, 대안정보 활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 등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며 "기업 대출도 세 가지다 신용, 보증, 담보 세 가지 포트폴리오로 장기적인 구성을 마칠 것"이라고 안정적인 상황을 예상했다.
또한 주식·채권을 비롯해 가상자산·금 등 대체투자 상품군을 구축하고, 라이프스타일 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해 고객 유인 요소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태국·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결제 인프라 구축 협력 강화에 나선다. 이날 최 행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바트화로 환전해 송금하는 영상을 보여준 후 송금 시간과 수수료 비용(무료)을 기존 방식보다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최 행장은 이와 관련해 "상장 후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전담 조직 확대와 기술 내재화에 집중해 국내외 제도에 부합하는 차세대 디지털 금융 표준을 선도해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자산법이 입법되면 은행권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컨소시엄 등에 참여할 계획도 설명했다.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행장은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도 몇몇 시중은행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뱅크의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차별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기술 트렌드 선도와 정보보안 강화를 꼽았다. 김재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클라우드나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정보보호나 보안은 한 치의 허점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보보안과 관련해 시중의 다른 금융권 대비 많은 투자를 했고, 1건의 관련 사고 등의 흔적조차 없었던 게 지난 10년 운영 성과로 검증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