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최태원 'SK하이닉스 지금보다 10배 더 커져야'…HBM, 우연 아니었다

신간 '슈퍼모멘텀'서 미래 청사진 언급
하이닉스 인수 뒤엔 최태원 결단
HBM ‘타이밍의 승리’…"AI 붐에 준비돼 있었다"

따옴표"SK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 몇 년 후면 목표 시가총액을 1000조원, 2000조원으로 더 높여 잡을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출간된 책 '슈퍼 모멘텀'을 통해 SK하이닉스의 미래 청사진을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10년이 하이닉스를 전장에서 싸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여정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싸움의 전장을 바꿀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붐을 트리거 삼아 글로벌 중앙 무대로 진출시켜 '진짜 회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3조에서 536조로…그룹 위상 바꾼 '신의 한 수'

SK하이닉스는 현재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약 80%를 책임지는 핵심축이다. 2011년 인수 당시 13조원에 불과했던 시총은 현재 약 536조원까지 수직 상승하며 코스피 시장 시총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를 기점으로 매출의 90% 이상을 글로벌 수출에서 올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성장 뒤에는 최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인수 당시 그룹 내부에서는 "매년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은 위험하다", "SK텔레콤마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극심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지형의 변화를 읽고 "내가 밀고 가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특히 최 회장은 채권단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신주 인수' 방식을 관철시켰다. 인수 대금이 채권단에게 흘러가는 구주 매입 대신 하이닉스로 직접 흘러 들어가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의 '마중물'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 전략은 하이닉스가 불황기에도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도록 해 향후 압도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간 '슈퍼 모멘텀'. 플랫폼9와3/4

'100:1 미팅'과 HBM의 전략적 승리

인수 후 경영 통합(PMI) 과정도 파격적이었다. 최 회장은 2012년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이천 공장에 머물며 임원 100명과 일대일로 만나 1~2시간씩 경청하는 '100시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 특유의 '독한 야성'을 발견했다. 최 회장은 "이를 그룹 전체의 DNA로 이식하는 동시에, 하이닉스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독려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선도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과 역시 철저한 전략적 접근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 TSMC와의 'AI 삼각 동맹' 구축 과정을 언급하며, 하이닉스가 AI 시장의 시그널을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했음을 밝혔다.

그는 "고객사의 주문이 변하는 찰나를 실시간으로 포착했다"며, "엔비디아가 HBM을 요청했을 때 하이닉스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예견한 준비와 적기 투자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산업부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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