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이력서가 사라질 겁니다."
윤현준 잡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바꿀 미래의 채용 시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CEO는 "디지털과 AI가 결합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이제는 완전하게 AI 시대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HR(인사관리) 프로세스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로 이력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업의 공채라는 개념과 공고를 통해 지원자를 확보하는 것들이 꽤 많이 없어지고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윤 CEO는 기존 방식처럼 기업이 공고를 올려서 지원자를 찾는 게 아니라, 현재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나 앞으로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면 그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방향성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AI 에이전트가 찾아서 연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수시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AI 기술을 채용 업무에 도입하고 있다.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은 최근 채용담당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AI 채용전략 리포트'를 통해 AI 활용 후 채용 리드타임은 평균 30% 단축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채용담당자는 채용 공고 작성, 지원자 소통 메일 작성 등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하며 효율성 향상과 업무 시간 단축을 경험했다"며 "올해는 AI가 이러한 보조 역할을 넘어 맥락을 파악하고, 인재를 검증하는 전략적 영역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팅도 잡코리아의 예측처럼 모든 채용 단계에 AI 에이전트가 활용될 것이며 데이터 기반의 인재 예측을 통해 결과적으로 채용 성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봤다. 그리팅은 LG디스플레이, 기아, KB증권, 쏘카 등 국내 7000여개 대·중소기업이 사용 중이다.
AI가 채용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순 있지만 경우에 따라 편향이 생길 수 있어 인간의 개입도 필요하다. 과거 데이터로부터 학습한 인간의 편향을 AI가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AI 채용 도구가 특정 성별이나 인종, 나이, 억양, 장애 여부 등에 따라 후보자를 거르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채용 분야는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하는 만큼 오는 22일 세계 최초로 시행될 AI 기본법에 담긴 '고영향 AI' 범위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리팅은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채용담당자 개인이 AI가 놓친 부분을 검증하고, 핵심 인재를 직접 영입하며, 인간적 경험을 설계하는 3대 핵심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덕중 숙명여대 겸임교수(퍼브 AI 연구소장)는 "고위험 업무나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인간의 개입이 단지 보조가 아닌 필수로 제도화돼야 한다"며 "책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AI의 판단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조직은 빠른 실행력은 얻을 수 있어도 신뢰 기반의 협업 문화를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