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미국 대학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학술 출판물 기준 세계 대학 순위에서 하버드대가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은 반면, 중국 저장대가 1위에 오르며 상위 10위권의 7곳을 중국 대학들이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정책이 미국 대학의 경쟁력 약화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학술 논문 발표량을 기준으로 한 '라이덴 랭킹'(2025년)에서 하버드대의 순위가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순위에서는 하버드대가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2012년부터 13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켜 왔다. 특히 하버드대는 20년 전보다 훨씬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밀렸다. 다만 논문 인용도를 반영한 지표인 과학 논문 부문에서는 여전히 1위를 유지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과학기술연구센터(CWTS)가 발표하는 라이덴 랭킹은 논문 발표량을 중심으로 대학의 연구 성과를 평가하며, 논문 인용도를 통해 연구 영향력도 함께 보여주는 지표다.
하버드대는 현재 이 순위에서 상위권에 남아 있는 유일한 미국 대학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학술 논문 발표량을 기준으로 한 세계 대학 순위 상위 10곳 가운데 7곳이 미국 대학이었다. 하버드를 비롯해 미시간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존스홉킨스대, 워싱턴대 시애틀 캠퍼스, 펜실베이니아대, 스탠퍼드대 등 미국의 주요 대학이 모두 상위권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중국 대학은 저장대 단 한 곳만이 25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저장대는 라이덴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위 10위권에는 중국 대학이 7곳이나 포함돼 있다.
과학 연구 성과에 비중을 둔 다른 대학 순위에서도 중국 대학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터키 앙카라의 중동기술대 정보학연구소가 집계한 학술 성과 기반 대학 순위(URAP)에서는 하버드대가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미국 대학은 스탠퍼드대가 유일했다. 반면 중국 대학은 4곳이 이름을 올렸다.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 타임스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의 필 바티 글로벌 총괄책임자는 "고등교육과 연구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을 둘러싸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미국 대학들의 상대적 위상 하락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연방 연구비 삭감과 함께 여행 제한, 반이민 단속을 강화해 왔다. 이 여파로 지난해 8월 미국에 입국한 국제 학생 수는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 대학들의 상대적 하락세를 직접 촉발한 것은 아니지만, 그 흐름을 가속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