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신 ESS' 韓 배터리사 'AI 날개' 달고 다시 난다

전기차용 배터리 잇단 악재
LFP 라인 전환·증설로 돌파
2030년 시장 2배 성장 관측
美中 갈등·빅테크 인프라 구축
내년 북미 점유율 86% 예상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급증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슈퍼 사이클'을 몰고 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캐즘)로 위기를 맞았던 배터리 3사가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활로를 넓히며 점유율을 3배 이상 끌어올릴 전망이다.

15일 업계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에 따르면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은 2024년 166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350GWh로 두배 이상 성장이 관측된다. 특히 AI 서버 가동을 위한 빅테크(대형 정보 기술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연평균 성장률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관세 장벽은 한국 기업들에 강력한 기회 요인이다. 미국은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30.9%에서 올해부터 48.4%로 대폭 인상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추가적인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사실상 중국산 ESS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이러한 통상 환경 변화에 힘입어 북미 ESS 시장 내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지난해 23%에서 올해 64%, 2027년에는 8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3년 만에 시장 지배력이 4배 가까이 확대되는 것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의 일시적 수요 정체를 ESS 시장에서 완벽히 상쇄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그간 북미 ESS 시장은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장악해왔으나, 관세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반면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강력한 반사이익을 누리며 독주 체제를 굳힐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와 물량 축소 등 악재를 ESS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에 공급하기로 했던 9조6000억원 규모의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이 해지됐다. SK온은 미국 포드와의 합작 생산 관계를 청산했으며,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약 13조원 넘는 규모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 물량을 80% 이상 채우지 못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사들은 북미 현지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해 온 미시간 공장 일부를 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신속히 전환해 양산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겼다. 지난해 11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소재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으며 국내 충북 오창 공장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미국 인디애나주 소재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에서 ESS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생산에 돌입했다. 또한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 라인 전환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 말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30GWh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SK온은 올해 하반기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소재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엘앤에프는 미국 미시간주 머스키건에 연간 1만5000t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 설립을 확정했다. 에너지저장장치 한대에 투입되는 양극재 물량은 설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업계에서는 통상 300~600㎏ 수준으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연산 1만5000t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ESS 약 2만5000~5만대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내 세워지는 최초의 양극재 거점으로, 북미 시장 내 '비(非)중국 밸류체인'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IT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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