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환경미화원을 상대로 갑질과 괴롭힘을 일삼은 혐의로 법정에 선 강원 양양군 공무원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이은상 판사는 14일 강요, 상습협박, 상습폭행, 모욕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양군 소속 7급 운전직 공무원 40대 A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지휘 관계에 있던 20대 환경미화원 3명(공무직 1명·기간제 2명)을 상대로 60차례 강요와 60차례 폭행, 10차례 협박, 7차례 모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갑질 의혹' 양양군 공무원. 연합뉴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사소한 불만이나 기분 등을 이유로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을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쓰레기 수거 차량을 일부러 먼 곳에 정차해 피해자들이 걷거나 차량을 따라 뛰게 하고, 고의로 천천히 운행해 업무를 지연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위력을 행사했다.
보유 주식 가격 하락을 이유로 괴롭힘을 일삼기도 했다. 그는 "주가가 원하는 가격이 될 때까지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제물로 바쳐 밟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피해자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다른 피해자들에게 발로 밟도록 지시하는 이른바 '멍석말이' 폭행을 강요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주가 상승을 위해 빨간 속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착용 여부를 강제로 확인하는 행위를 반복했고, 1인당 100주씩 특정 주식을 매수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있다.
이 외에도 담배꽁초 투척, 비비탄 총발사, 불붙은 성냥 투척, 물을 뿌리고 발로 차는 행위 등 상습적인 폭행을 반복했다. 차량을 운전하던 중 운전대를 놓는 시늉을 하며 위협하고 "말려 죽이겠다"는 등의 발언도 했으며, 다수의 행인이 오가는 장소에서 피해자를 모욕하는 말도 했다.
A씨는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앞서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에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기소 이후 재판부에 세 차례 반성문을 냈다.
A씨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모든 혐의를 시인하고 철저히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도 철저히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A씨에 대한 엄중 처벌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사안이 가볍지 않고, 국민적인 관심사도 높다"며 A씨가 피해자들에게 진지한 사과와 피해 보상 및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3월 11일 오후 3시 재판을 속행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직권 조사를 통해 양양군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며 과태료 800만원을 부과했다. 노동부는 양양군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점(근로기준법 위반)과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점(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을 지적했다.
다만 이중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는 이달 초 군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서만 과태료 500만원을 최종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