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국적으로 강풍이 불면서, 경기도 의정부에서 강풍에 의해 떨어진 간판에 행인이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풍 또는 태풍으로 인해 간판이 떨어져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태풍이나 강풍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간판을 단 업주나 건물주의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진 않는다. 간판 등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8조 제1항). 건물 일부의 임차인이 건물 외벽에 설치한 간판이 추락해 행인이 부상한 경우 건물 소유자는 건물 외벽의 직접 점유자로서 민법 제758조 제1항 소정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2다65516).
대법원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란 공작물 자체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상태로 하자 존재에 관한 증명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으나, 하자 있음이 인정되는 이상 손해 발생에 다른 자연적 사실이 경합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서 하자가 없었다고 해도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이 공작물의 소유자나 점유자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 이상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다만,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설치·보존상의 하자와 자연력이 경합해 발생한 경우 그 손해배상의 범위는 손해 발생에 대해 자연력이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4다66476).
2021년 1월 강풍이 불어 건물 외벽 간판이 떨어져 인도 위 행인이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법원은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던 임차인 B 사와 종합 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보험사 C 사의 책임을 80% 인정했다. 법원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간판은 자연력의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어 B 사는 이에 대비해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파손되지 않도록 할 방호조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의 기상 상황이 통상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다고 보면서도 당일 기상 상황, 자연력의 기여 정도 등을 고려해 이들의 책임을 손해액의 80%로 봤다(서울중앙지법 2022가단5102171).
태풍으로 간판이 떨어져 차량이 파손된 사고와 관련 보험사가 건물주나 점유자에게 제기한 구상금 소송에서도 일관된 법리가 적용된다. 2018년 태풍 '콩레이'가 불어닥쳤을 당시 건물 간판이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고에서 법원은 건물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상청 등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해당 사고가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임으로 인해 건물의 하자가 없어도 발생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삼척에 콩레이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사고에 태풍이 영향을 미친 것을 고려해 건물주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서울중앙지법 2018가소3257911).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세탁소 간판이 추락한 사고에서도 법원은 "당시 태풍의 풍속이나 규모가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안전성을 결여한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자연력인 태풍으로 발생한 강한 바람과 간판의 설치·보존상의 하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세탁소 주인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서울중앙지법 2022나21353).
2016년 태풍 '차바'로 인한 유사 사건에서도 법원은 "차바로 울산에 최대순간 풍속 56.5 ㎧의 강풍이 불어 피해가 많았고, 사고에도 차바가 영향을 미쳤다"며 건물주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서울중앙지법 2017나66109).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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