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진 태워 담뱃불로…히잡 벗은 이란 여성, '저항의 상징'

영상 확산에 롤링·머스크도 가세
인권단체, 실제 사망자 2000명 넘을 수도

이란 전역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여성들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에 불을 붙여 담뱃불로 사용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으로 담뱃불 붙이는 이란 여성. SNS 캡처

12일 유럽의 전문매체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각종 SNS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이란 여성들이 하메네이의 사진을 태워 담배를 피우고, 불탄 사진을 바닥에 던진 뒤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훼손하는 행위와 여성이 히잡을 벗고 공개적으로 흡연하는 것은 모두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란 정부가 시위 이후 통신 접속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음에도 해당 영상들은 재게시와 공유를 통해 해외로 빠르게 확산했다. 해외 유명 인사들도 힘을 보탰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은 11일 자신의 SNS에 하메네이 사진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여성의 사진을 공유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고, 자신이 소유한 X의 이란 국기 이모티콘을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의 사자·태양 문양으로 바꾸기도 했다.

유로뉴스는 이번 영상이 정치적·종교적 권위와 여성에게 강요되는 엄격한 사회 규범 모두에 대한 거부 의사를 동시에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란 여성들은 2022년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촉발된 히잡 시위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히잡을 태우는 방식으로 저항의 상징이 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히잡 미착용, 스포츠 경기 참여, 나체 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권에 맞서왔다. 최근 시위에서는 입술에 피를 묻힌 채 참여하거나 보안군 앞에서 체조를 하는 등 더욱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이란에서는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며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 기반한 단체 이란인권(IHR)가 이날까지 파악된 사망자가 최소 192명이라고 밝힌 가운데, 인터넷 차단으로 외부에서 정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2000명 이상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