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의 장벽, 완전히 무너졌다…브라질 배우 남우주연상 '대이변'

골든글로브 강타한 '비주류의 역습'
앤더슨 '원 배틀…' 4관왕 독주
TV는 '소년의 시간' 싹쓸이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주연한 와그너 모라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거장의 건재함과 비주류의 파란이 공존한 드라마틱한 밤이었다. 거장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트로피 네 개를 휩쓸며 영화적 완성도를 증명했다면, 브라질 배우 와그너 모라는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할리우드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뜨렸다.

'1인치의 장벽' 넘은 와그너 모라…30세 샬라메의 대관식

가장 큰 충격은 영화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결과다. 수상자는 브라질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주연한 모라. 비영어권 영화가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시상식의 꽃인 주연상까지 거머쥔 것은 골든글로브 역사상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는 '씨너스: 죄인들'의 마이클 B. 조던, '프랑켄슈타인'의 오스카 아이작, '기차의 꿈'의 조엘 에저튼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따돌렸다.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봉준호 감독이 언급했던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마티 슈프림'의 티모테 샬라메에게 돌아갔다. '제이 켈리'의 조지 클루니, '어쩔수가없다'의 이병헌,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베테랑들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할리우드의 왕'으로 등극했다. 버라이어티는 "골든글로브가 과거의 이름값 대신, 동시대의 에너지를 대변하는 샬라메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마티 슈프림'에서 주연한 티모테 샬라메 로이터연합뉴스

'거장' 앤더슨의 완벽한 귀환…'원 배틀…' 4관왕 독주

'작가주의 거장' 앤더슨 감독은 이변의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잡았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테야나 테일러)까지 주요 네 부문을 석권했다. 블록버스터의 홍수 속에서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명불허전을 입증했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햄넷'이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제시 버클리) 2관왕을 차지하며 정통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켰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은 음악상(루드비그 고란손)과 시네마틱·박스오피스 성취상을 동시에 챙겼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 '골든'을 부른 오드리 누나(왼쪽부터), 이재, 레이 아미. EPA연합뉴스

디즈니 꺾은 K애니…TV는 '영국 드라마' 전성시대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넷플릭스의 한국계 합작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디즈니와 픽사를 꺾고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이재 작곡)을 석권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브랜드 파워보다 K팝과 결합한 '신선한 서사'가 우위에 섰음을 보여줬다.

TV 부문은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의 독무대였다. 미니시리즈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스티븐 그레이엄), 남우조연상(오언 쿠퍼), 여우조연상(에린 도허티)까지 네 부문을 싹쓸이하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더 피트'의 노아 와일리는 드라마 TV 시리즈 남우주연상을 안으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고, '더 스튜디오'의 세스 로건은 뮤지컬·코미디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다.

올해 골든글로브는 개혁 이후 가장 과감하고 혁신적인 선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데드라인은 "브라질 배우에게 주연상을, 한국계 애니메이션에 작품상을 안긴 것은 다양성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할리우드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됐음을 선포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할리우드리포트도 "오늘 밤, 할리우드는 더 이상 영어가 연기의 필수 조건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진단했다.

문화스포츠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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