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전반의 연구 체질을 인공지능(AI)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고위험·고성과 연구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연구 실패를 성과 평가의 낙오가 아니라 학습과 축적의 자산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1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열린 출연연·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 전반에 AI를 접목하고, 도전·혁신적 연구개발(R&D)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고위험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고 실패를 숨기지 말고 학습과 축적으로 전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배 부총리는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여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실패 용인 문화가 악용되지 않도록 엄정한 기준과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연구재단을 향해 "엄정한 운영 기준이 요구된다"며 실패의 내용과 원인을 투명하게 공개·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원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도전 없이 안이한 과제는 엄단하되, 의미 있는 과정의 실패는 실패로 보지 않겠다"며 "실패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과정에서는 실패 지원 조직의 위상과 평가비 제도를 두고 현장 토론도 이어졌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실패·도전 연구를 지원하는 한계도전센터의 조직 개편 방향이 정책 기조와 어긋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홍 이사장은 "국책 전 영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재편"이라며 필요시 재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 평가수당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기획·평가비의 장기적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출연연의 AI 전환을 뒷받침할 거점 인프라도 본격 가동된다. NST는 상반기 중 '국가과학AI연구소'를 개소해 과학기술-AI 융합을 전담 지원한다. 연구소는 출연연을 대상으로 'AI 동료 연구(Co-researcher)' 모델을 시범 운영해 실험 설계, 데이터 분석, 가설 검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관별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피지컬 AI 핵심기술과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서비스 개시와 GPU의 30%를 AI 연구에 활용, 연구 지원용 문헌 AI 에이전트 개발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 폐지 이후 출연연이 과제 수주 중심에서 벗어나 협력·임무 중심 구조로 안착하도록 제도 전환도 가속한다. NST는 전략연구사업 전주기 지원 조직을 신설하고, 수요 기반 연구기획 협의체를 운영한다. 평가 체계도 연구·경영 통합 1년 단위 평가로 개편해 단기 성과 쏠림을 완화할 방침이다.
업무보고는 12~14일 사흘간 진행된다. 12일 출연연·공공기관을 시작으로, 13일 과학관·우정사업 분야, 14일 우주항공청과 4대 과학기술원까지 총 55개 기관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