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인허가(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받아야 된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법의 취지와 원칙대로 판단해 달라는 것입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STO 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는 모습. 유현석 기자
국내 토큰증권(STO) 플랫폼을 운영해온 루센트블록이 금융당국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허가 절차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재점검을 요구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을 개척한 혁신 기업이 오히려 제도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루센트블록은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믿고 도전했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믿고 도전한 창업 생태계 전반의 근간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14일 정례회의에서 '한국거래소-코스콤(KDX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NXT컨소시엄)'에 대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루센트블록이 주도한 '소유' 컨소시엄은 사실상 탈락 수순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위는 최대 2개사까지 인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루센트블록은 이번 인허가 절차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은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신기술 기반의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개발·시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사업자의 성과가 제도화 과정에서 모방·잠식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두고 있다.
그는 "혁신금융 사업장 인허가 등을 받은 경우 혁신금융 서비스를 배타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가진다"며 "이 사업의 주체가 배타적 운영권을 얻는 게 아닌 사업을 영위조차 할 수 없다라는 건 입법부가 의도한 법안의 본질적인 의도와 철저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는 작년 9월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된 시범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며 실제 인가 과정은 기득권 금융기관에 유리한 경쟁 인허가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DX컨소시엄이 STO 유통 관련 실질적인 운영 실적이 없음에도 사업계획, 기술력, 안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루센트블록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2년간 STO 장내거래소 운영이 가능했음에도 실제 유통 성과는 0건에 불과했다. 그는 "2년간 단 한건의 유통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에 개인적으로 물음표"라고 강조했다.
넥스트레이드(NXT)와 관련해서는 공정경쟁 논란도 제기했다. 루센트블록은 NXT가 인허가 신청 이전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이유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재무 정보, 사업 계획, 핵심 기술 자료 등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별도의 협력 없이 단기간 내 동일한 STO 유통 사업 인가를 신청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NXT는 사업에 진출할 생각도 없고 시간도 없지만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NDA를 썼다"며 "하지만 우리에게 NDA를 파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루센트블록은 이번 사안을 '신사업 진출 실패'가 아닌,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중단될 위기에 놓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혁신 기업이 리스크를 감수해 개척한 시장이 충분한 보호 없이 다른 주체로 이전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국내 혁신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관점에서 재점검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 대표는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사업 활동 방해 및 기업결합 신고 의무 위반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또한 이달 13일 오후 10시부터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저도 알 수 없고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지켜야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센트블록은 2018년 설립 이후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STO 서비스 '소유'를 운영해왔다. 현재까지 약 50만명의 이용자와 누적 300억원 규모의 자산 발행·유통 실적을 기록하며 STO 시장의 실증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