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으나 중국 대명절인 춘절 연휴 기간 중국인들의 일본 호텔 예약은 올해보다 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 아사쿠사 지역을 방문한 중국 본토 관광객들의 모습. AP연합뉴스
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일본 숙박 예약 플랫폼 트리플라를 인용해 "전국 1727개 호텔을 대상으로 내년 춘절 기간(2월 5~23일)의 중국발 호텔 예약 건수를 집계한 결과, 올해 춘절(1월28일~2월4일) 숙박 건수보다 57%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가 대형 10개 호텔 체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체인 3곳이 예약 증가를, 5곳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예약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체인은 2곳에 불과했다.
평균 객실 단가(ADR)도 증가했는데, 조사에서 10개 호텔 체인 중 5곳의 ADR이 늘었다고 답했다. 트리플라 집계에서도 내년 춘절 기간 전국 평균 ADR이 2만2004엔(약 20만원)으로 전년대비 21% 상승했다.
다카하시 가즈히사 트리플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눈이 일찍 내리기 시작해 관광객들의 스키 수요가 늘어나며 전체 단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2년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논란으로 일본행을 택하는 중국인 여행객이 급감했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중국 내 반일 정서가 확산하면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이어졌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일본행 예약도 줄줄이 취소됐다. 그 여파로 중국발 여행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 이후에도 자국민들의 일본 방문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한일령'(일본 콘텐츠 유입 등에 관한 제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단체 관광보다 개인 여행객 비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는 "과거 중국인들의 일본 방문에서 단체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였으나 최근에는 15.6%로 떨어졌다"며 "외교 관계 변화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에 크게 의존해 온 일부 호텔들은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큐한신호텔즈 측은 "향후 예약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