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갠지스강 방문 '소변 봤잖아' 괴롭힘…日관광객 수난

관광과 종교의 충돌, 힌두 민족주의 비판 나와
외국인까지 번진 차별 논란에 정치권도 가세

최근 인도 북부 힌두교 최대 성지인 바라나시 갠지스강에서 성탄절을 맞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현지인들로부터 집단적인 언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 연합뉴스는 타임스오브인디아(TOI) 등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일본인 관광객들이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기 위해 준비하던 중 일부 현지인들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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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 25일 전후 발생했으며 이틀 뒤인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이 게시되면서 공론화됐다. 영상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갠지스강에서 물놀이하기 위해 수영복을 입고 산타클로스 모자를 착용한 채 준비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이를 본 일부 현지인들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관광객들에게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성스러운 강에 소변을 봤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다만 해당 주장에 대한 객관적 증거나 근거는 현재까지 제시되지 않았다.

영상 속 일본인 관광객들은 당황한 기색 속에서도 두 손을 모아 연신 사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 더 많은 현지인이 몰려들며 상황은 악화했다. 관광객들은 결국 강변 계단에 앉아 계속 사과를 해야 했고, 일부 현지인들은 가까이서 고함을 지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현지 경찰은 사건 직후 공식 고발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영상이 확산한 이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님을 신처럼 모신다더니"…인도 내외 비판 확산

해당 영상을 접한 인도 및 해외 누리꾼은 "손님을 신처럼 대접한다는 인도 전통이 무색하다", "군중 심리에 의한 집단 괴롭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는 "이번 사건으로 인도의 국제적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라나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우호적인 국가인 일본에서 온 관광객에게 증거도 없이 혐의를 씌운 것은 잘못"이라며 관광객들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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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우타르프라데시주 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모디 총리의 지역구인 바라나시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며 사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가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 정부에 촉구했다. 이어 그는 "무슬림과 가톨릭교도 등 종교 소수자에 이어 이제는 외국인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산타클로스 모자 착용과 같은 사소한 이유로 외국인을 괴롭힌 것은 주 내 무법적 분위기와 왜곡된 군중 문화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반복되는 유사 사례…관광과 종교 충돌 우려

인도에서는 과거에도 종교적 성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관습 차이로 갈등을 겪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2018년 라자스탄주에서는 외국인 여성 관광객이 사원 인근에서 복장 문제로 집단 질책을 받았고, 2022년 하리드와르에서는 서양 관광객이 요가 촬영 도중 '성지 모독'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종교적 공간에서의 문화 차이에 대한 안내와 관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힌두 민족주의 정서와 군중 심리가 결합할 경우 외국인 관광객 안전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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