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지침이 오히려 근로조건 악화…석화 구조조정 지연될 수도'

제81회 산업연합포럼
통제권 희석 위해 하청 복리후생 후퇴
산업 특성 반영 매뉴얼 빨리 마련돼야

산업계가 정부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가이드라인에 대해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지침으로 시황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81회 산업연합포럼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현장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에서 "근로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근로조건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에서 사용자성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에 대해 "원청의 시설을 유료화 또는 외주화해 하청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 원청의 통제권을 희석해서 하청 근로자의 복리후생이 저하할 수 있다"고 했다.

원청이 안전 전반을 통제하면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을 두고는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하청들에 안전관리 준수를 요구하고 원청은 실질적 투자에 소극적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합병·분할 같은 결정에 단체교섭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개정 노조법을 보면 합병·분할·양도·매각처럼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 결정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사업경영상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고용보장 요구 같은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 교수는 "정리해고 등이 쟁의대상이 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하청업체와 재계약을 중단하는 등 사전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81회 산업연합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영주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노동부 지침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지침에서 언급한 구조적 통제는 기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문구만큼이나 불명확하다"며 "모호한 지침에 따라 완성차 업계가 수백, 수천개 협력업체와 일일이 교섭하고 그 비용이 막대해지면 협력업체를 포기하거나 해외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이사 역시 "명확한 시행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령과 시행령, 행정상 해석 등이 더욱 정확해져야 한다"며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세부 매뉴얼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계는 이번 지침으로 사업재편이 늦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장혁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는데 하청 근로자의 정리해고나 배치전환까지 쟁의대상에 포함되면 시황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인사권 같은 경영상 판단 사항은 쟁의행위 대상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업IT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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