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미국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신규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잠정 중단을 촉구했다. 28일(현지시간) 샌더스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 중 하나로, 미국과 전 세계를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 두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AP연합뉴스
그는 AI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지적하며 "대부분의 일에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가족을 부양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고 집세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의회는 이런 현실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샌더스 의원은 그동안 AI 챗봇이 이용자에게 정서적 의존을 유발해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미성년자의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AI 기업이 미성년자에게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를 생성·요구하거나 자해 및 폭력을 조장할 경우 형사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AI와의 관계에 대한 후견 감독법'을 발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잠재력과 위험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규제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
샌더스 의원은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글로벌 억만장자들이 더 큰 권력과 자본을 얻기 위해 AI의 단점은 무시한 채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이 기술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AI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샌더스 의원은 "그들이 노동자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AI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의회는 새로운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국민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방 차원의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의 무분별한 확산에 대한 우려는 공화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AI가 생성하는 콘텐츠를 "무분별한 쓰레기"라고 비판하며, 딥페이크와 허위 정보가 민주 정부에 "잠재적인 실존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전력 소비와 환경 문제도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중소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수 있어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연합뉴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중소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수 있어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저작권 침해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언론사와 작가, 예술가들이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자신의 콘텐츠가 무단 사용됐다며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AI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논쟁은 향후 입법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잠재력과 위험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규제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초당적으로 AI의 경제·사회·윤리적 영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