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일본 복권의 최고 당첨금이 90억원을 훌쩍 넘겼지만, 복권을 찾는 발길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 확률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한때 '꿈을 사는 상품'으로 불리며 국민적 열풍을 일으켰던 일본 복권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2004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점보 복권 매장 앞. 복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다. 아사히신문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복권 판매액은 2005년도 1조1000억엔(약 10조1500억원)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약 7600억엔까지 줄었다. 약 20년 사이 시장 규모가 30% 가까이 축소된 셈이다. 연말마다 대규모로 판매되는 '점보 복권' 역시 예외 없이 부진을 겪고 있다.
당국은 복권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당첨금을 꾸준히 상향해왔다. 2005년 당시 1등과 전후상을 합친 최고 당첨금은 3억엔(약 27억7000만 원)이었지만, 이후 6억엔과 7억엔을 거쳐 현재는 10억엔(약 92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당첨금 인상 효과는 일시적 반등에 그쳤을 뿐, 장기적인 판매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복권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이탈을 복권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일본복권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복권 구매 경험자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20%에 불과한 반면, 60대 이상은 40%를 웃돌았다. 2000년대 중반 판매 정점기에는 30대 이하 비중이 40%에 달했지만, 이후 신규 수요 유입이 끊기며 구매층 자체가 고령화됐다는 분석이다
복권을 사는 이유로는 '상금에 대한 기대'가 가장 많았지만,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는 '당첨될 가능성이 낮아서'가 가장 많이 꼽혔다. 1등 당첨금이 7억엔을 넘어서는 고액임에도 불구하고, 300엔(약 2770원)짜리 복권 한 장이 1등에 당첨될 확률이 약 20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돼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고액 당첨금이라는 '꿈의 크기'보다 당첨 확률이라는 '현실 계산'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 점보 복권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