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기자
경기 동두천시가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없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옛 성병관리소 부지를 매입하고 해당 부지가 수년간 방치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동두천 성병관리소 전경. 공대위 제공
감사원이 지난 26일 공개한 '동두천시 공유재산 취득 업무처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동두천시는 지난 2023년 2월 구 성병관리소 부지를 28억9000만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매입 당시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소요 예산 산출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관련법상 중요 재산을 취득할 때는 명확한 사업 목적과 용도를 정해야 하지만, 시는 2022년 7월 시장 취임 직후 '검토 지시'가 내려지자 일사천리로 매입 절차만 밟았다. 그 결과 해당 부지는 매입 후 2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용도 없이 방치된 상태다.
노인회관과 장애인회관 건립 과정에서도 '절차 무시' 행정이 반복됐다. 시는 총사업비 200억2900만원 규모의 이 사업을 추진하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축기획'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 담당 부서는 기존 건물의 활용 가능성이나 입지 대안을 검토하기도 전에 이미 특정 부지를 '신축 예정지'로 낙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법적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사후에 형식적으로 용역을 발주해 절차를 끼워 맞춘 사실도 밝혀졌다.
재정 투자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지방재정투자심사'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다. 시는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심사 대상조차 될 수 없는 사업들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특히 성병관리소 부지 매입 심사 당시 해당 부지의 소유주였던 학교법인 산하 대학교의 교수 2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제척 대상이었으나 그대로 심사에 참여해 '적정' 의견을 냈고, 이들을 제외하면 의사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심사가 강행됐다.
감사원은 동두천시에 기관 주의 처분을 내리는 한편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 공무원 3명에게 '주의'를 촉구하도록 조치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장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법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은 심각한 행정 독주"라며 "방치된 부지에 대한 조속한 활용 방안 마련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향후 공유재산 취득 시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성병관리소를 철거해 소요산개발과 함께 당초 목적대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