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올해 주요 농축산물 가운데 쌀과 달걀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쌀은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고, 달걀은 연중 내내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식과 필수 단백질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국가데이터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쌀(20㎏) 가격은 지난해 12월 5만7651원에서 올해 1월 5만5769원으로 소폭 하락하며 출발했다. 이후 2~6월까지는 5만6000~5만700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7월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7월과 8월 쌀값은 6만1997원으로 6만원 선을 넘어섰고, 9월에는 6만4074원, 10월 7만1366원, 11월에는 7만3527원까지 올랐다. 연중 저점이었던 1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30%를 웃돈다.
통상 쌀값은 수확기에 공급이 늘면서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수확기에도 평년보다 높은 가격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를 지목한다. 지난해 10월 쌀값이 급락하고 초과 생산량이 12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는 26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다. 그러나 이후 확정된 초과 생산량은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만6000t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시장 격리 물량이 실제 공급 여건에 비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3만9000t으로 지난해(358만5000t)보다 4만6000t(1.3%) 줄었다. 쌀 생산량은 2022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예상 소비량(340만9000t)보다는 13만t 이상 많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10월 '쌀 수확기 대책'에서 초과 생산량을 16만5000t으로 추산해 10만t을 격리한 만큼, 실제로는 약 3만t가량이 시장에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걀 가격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3625원이던 달걀(10개) 가격은 올해 1월 3617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2월 3828원, 3월 4104원으로 오르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후 4월 4201원, 5~6월 4224원으로 올랐고, 하반기에는 사실상 고점에서 굳어졌다. 7~8월 4529원, 9월 4564원, 10월 4609원, 11월 4615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27%다.
문제는 가격 하락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 기준 달걀(10개) 가격은 4298원이다. 한 판(30개) 평균 소비자가격은 지난 22일 7000원을 넘어 23일에는 7010원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 가격(6471원)보다 8.3% 높은 수준이다. 이후 25일 6800원대로 소폭 내려왔지만, 여전히 소비자 부담은 크다는 평가다.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동절기 산란계 농장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건수는 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건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동절기 AI로 살처분된 산란계는 300만마리에 달한다. 하루 전국 계란 생산량이 약 5000만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공급의 3~4%가 줄어든 셈이다.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육류 가격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쇠고기(100g) 가격은 연중 1만3000원대 초중반에서 움직이다가 10~11월 들어 1만5000원 선을 넘어섰다. 돼지고기(100g)는 2000원대 후반에서 3000원대 중반으로 올랐고, 닭고기(1마리)는 8000원대 후반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채소류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컸다. 배추(1포기)는 연초 7000원대까지 급등했다가 여름철 5000원대로 내려왔지만, 9월에는 8445원으로 다시 뛰었다. 무와 감자 역시 계절 변화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