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北 MDL 침범시 軍지도·유엔사 기준 다르면 남쪽線 기준 대응'(종합)

"軍, 지난해 이래 경고방송 2400회·경고사격 17회"

합동참모본부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군의 군사지도와 유엔군사령부의 MDL 기준선이 다를 경우 더 남쪽에 있는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전방부대에 전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22일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행위 발생 시 현장 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의 '식별된 MDL 표지판'을 최우선 적용하되, MDL 표지판이 식별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군사 지도상 MDL과 유엔사 MDL 표지판 좌표의 연결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북한군이 우리 군사지도에서 MDL을 침범했는데 유엔사 기준선을 기준으로 넘지 않았을 경우 후자를 기준으로, 유엔사 기준선 기준으론 MDL을 침범했지만, 우리 군사 지도상으론 넘지 않았을 경우에도 후자를 기준으로 대응하라는 취지다. 국방부 당국자는 "유엔사의 기준선이 우리 MDL보다 남쪽에 있는 데 이것을 무시하고 (북한의 침범시) 군사적 조치를 할 경우 유엔사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우리 군과 유엔사의 MDL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MDL은 6·25 전쟁 정전협정을 통해 설정된 휴전선으로, 군사정전위원회는 1953년 협정 체결 후 MDL 일대에 콘크리트로 된 약 1m 높이의 1292개의 표식물을 일괄 설치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측이 식별하는 표식물은 전체의 6분의 1 수준인 200여개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보유한 군사지도와 유엔사의 MDL 기준선도 적잖은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는 상태다. 오차가 지역에 따라 수십 m에 이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 측 군사지도는 2004년도에 미 국가정보지리국(NGA)과 만든 것을 2011년도부터 적용한 것이고, 유엔사 측 기준선은 2014~2015년도에 작업해 2016년부터 적용하고 있다"면서 "일치하는 지점보다 불일치하는 지점이 많아 전체의 60%가량이 불일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남·북, 유엔사 등 3자 간 다른 MDL 인식은 그간 큰 분쟁의 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DMZ 일대에서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실제 북한군의 MDL 침범은 북측이 지난 4월부터 DMZ 일대에서 불모지화 및 지뢰매설 등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빈번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MDL을 침범한 것은 총 17회에 달하며, 지난달에만 11회에 달했다. 우리 군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약 2400회의 경고방송, 21건 36차례에 달하는 경고사격을 통해 MDL을 침범한 북한군을 모두 북상·퇴거조치 했다.

이에 우리 군은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6월 MDL 침범 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의 작전지침을 하달해 시행했고, 지난 9월엔 이를 경계작전지침서에 반영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해 6월 (작전지침을) 문서로도 하달했고, 부대 현장방문 간 직접 주요 직위자들에게도 설명했다"면서 "새 지침을 적용 시 발생한 문제를 고려해 봤을 때 경계작전지침서에도 명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지난 9월)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군은 향후 유엔사와의 협의를 통해 MDL 기준선 불일치 문제 해소에 나설 예정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 군과 유엔사 모두 서로 MDL가과 관련한 인식이 상이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고 최근 다시 한번 합의했다"면서"한미 간 협의를 통해 내년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MDL 국경선화 작업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북한이다. 특히 북한군은 구(舊)소련식 지도체계를 사용하고 있고, 위성항법시스템 역시 구 소련-러시아의 '글로나스'를 활용하고 있어 우리 측과 차이가 작지 않다. 우리 군 역시 지난달 17일 북한 측에 MDL 기준선 논의를 위한 남북군사회담을 제의했다. 북한 측은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동계훈련이 마무리 된 이후인 내년 3월 이후론 국경선화 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같은 충돌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해당 작업이 마무리된 지역은 전체의 20~3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내년 3월부터 북한이 관련 작업을 다시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떤 방향이 최적인가 다시 고민할 예정"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남북간 군사회담이든 어떤 형태로의 대화가 있어야 우발적인 충돌을 막아내갈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이런 노력을 지속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