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사고에 '해상 운송' 적용 안 돼

해운사 직원의 잘못된 컨테이너 온도 설정으로 육상 운송에서 사고가 난 경우, 해상 운송의 위험을 고려해 배상 부담을 덜어주는 상법 규정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월 13일,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DB손해보험이 HMM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HMM의 배상 책임을 제한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다211111).

[사실관계]

DB손해보험은 두산로보틱스와 미국 수출용 로봇 암(Robot Arm) 20대에 대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HMM은 두산로보틱스의 운송 대행사로부터 해상 운송을 위탁받았고, 육상 운송에 필요한 컨테이너도 제공했다.

2022년 9월,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암을 인천항에 보냈다. 로봇 암은 육로를 통해 부산항으로 이동한 뒤 배에 실려 미국 시카고로 갈 예정이었다. 문제는 온도 설정이었다. HMM 직원의 잘못으로 영상 18도였어야 할 컨테이너 온도가 영하 18도로 맞춰졌다. 로봇 암 20대 가운데 15대가 손상됐다.

2023년 4월, DB손해보험은 두산로보틱스에 보험금 71만4270달러를 지급했다. 두 달 후 DB손해보험은 HMM 등을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HMM은 "컨테이너 제공도 해상 운송의 일부"라며 해상운송인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상법 제797조 제1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단]

1심은 "사고가 해상 운송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HMM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HMM의 배상 책임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HMM의 컨테이너 제공과 온도 설정 모두 운송에 따르는 행위로서 화물을 수령하거나 보관하는 행위의 일부"라고 판단했다. 해상 운송의 연장선상에서 사고가 발생했기에 상법 제797조 제1항이 적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항소심)이 해상 운송인의 배상 책임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해상 운송은 육상 운송과 달리 고유한 위험이 있고, 손해액 역시 클 수 있어 해상 운송인의 배상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HMM의 컨테이너 제공과 잘못된 온도 설정이 해상 운송인으로서 운송물을 수령하거나 보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해상 운송에 수반되는 고유한 위험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상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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