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파두가 상장 2년여 만에 거래가 정지됐다. 검찰이 파두 경영진을 재판에 넘기고 회사도 기소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놓고 거래소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파두 사옥. 파두 제공.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이달 19일부터 매매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파두 및 경영진에 대해 공소 제기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상장심사와 관련해 제출한 서류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되거나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18일 검찰이 파두 경영진과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과정에서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숨기고 공모가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작년 12월 파두와 상장 주관사 관계자를 송치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파두는 2023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코스닥 대어'로 주목받았다. 상장 당시 희망 공모가는 2만6000~3만1000원이었다. 확정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의 상단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책정된 예상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상장 후 파두는 한 달여 만에 장중 4만71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공모가 대비 5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실제 실적이 상장 당시 제시된 매출 전망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는 2023년 예상 매출액을 1202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 매출액이 각각 5900만원과 3억2000만원에 그치며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었다. 그해 매출액은 결국 224억원에 그쳤다. 전망치와 괴리율은 81.32%에 달했다. 작년에도 매출액 435억원에 멈췄다. 전망치 3715억원과 괴리율은 88.29%였다.
파두 사태를 계기로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커졌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강화됐다. 또한 주관사 책임 강화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강화 등의 개선 논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파두에 대한 최종 결과는 빠르면 다음 달, 늦어도 내년 2월에는 나올 전망이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기업의 재무 상태나 경영 투명성 등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거래소가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거래소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최대 15영업일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심사 과정에서는 영업 지속성, 재무 안정성, 경영 투명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대상 기업으로 결정되면 거래소 심의기구를 거쳐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파두는 이번 거래정지에 대해 기술력이나 재무상태가 아닌 기술특례상장제도 해석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파두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번 사안은 상장 당시 매출 추정의 기준에 대해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 사안"이라며 "기술력이나 사업의 실체 자체를 다투는 문제는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제기된 쟁점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향후 재판 절차를 통해 성실시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기준을 더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매출 가이던스 및 사업 전망과 관련한 정보 공개에 있어 예측 정보의 성격과 불확실성을 보다 명확히 구분할 것"이라며 "내부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공시 및 커뮤니케이션 전반의 기준을 지속해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