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아기자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출 창구이자 전쟁 자금줄인 '그림자 선단'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지중해의 유조선 공격까지 감행하고 있으며, 이런 공격이 협상의 열쇠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묵인 아래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최근 몇 주간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4척을 공격한 사실을 전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1척은 18일 밤 우크라이나에서 2000㎞ 가까이 떨어진 지중해에서 피격됐고, 나머지 3척은 그보다 앞서 흑해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유조선 공격을 공식 인정한 첫 사례다.
그림자 선단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산 석유, 가스를 수출, 러시아에 전쟁 자금줄 역할을 하는 선박들을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아울러 최근 열흘간 카스피해에 있는 러시아 석유 생산 시설도 네차례 공격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확대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러시아에 보내는 한편, 유럽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해상 운송로에서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전장을 지중해로까지 확대한 배경에는 종전 협상을 염두에 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와 전쟁을 지탱하는 그림자 선단과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과감한 공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러시아 석유 시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심 수입원에 대한 공격을 대담하게 감행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