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빨간 옷에 새하얀 수염을 단 산타클로스 복장의 도둑들이 캐나다의 한 대형마트에서 수백만원어치의 식료품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현대판 로빈 후드'로 규정하며 훔친 식료품을 취약계층에 나눠주겠다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골목의 로빈들(The Robin Hoods of the Streets)'이라 불리는 단체가 몬트리올의 대형마트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배고픔이 수단을 정당화할 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대형 유통기업의 폭리와 고물가로 인해 심화한 생활비 위기를 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훔친 식료품 일부를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몬트리올 시내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두고, 나머지는 지역 푸드뱅크를 통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타 복장의 도둑들이 캐나다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쳐 달아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이들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을 명분으로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시민들은 점점 더 힘들게 일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시민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해당 마트가 속한 식품 유통 대기업 메트로(Metro)는 강하게 반발했다. 온타리오주와 퀘벡주에서 8개 주요 식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메트로는 "절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식료품 가격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변동, 국제 무역 환경 변화, 소매 범죄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은 현재 절도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체포된 인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타 복장을 한 도둑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노엘의 선물’의 한 장면. IMdb 캡처
산타 복장을 한 도둑은 이전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꾸준하게 등장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클로스 차림의 도둑들이 전자제품 매장을 터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산타 복장을 한 2명이 새벽에 브라질 클라우디오시의 한 전자제품 매장의 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침입, 휴대전화 33대와 비디오 게임기, 스피커 등 다수의 전자제품을 훔쳐 달아났다.
2015년 영국에서도 산타 복장을 한 강도가 패스트푸드점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두고 영국 더비셔주 알프레톤 지역의 드라이브 스루 KFC 매장에 산타 차림의 남성이 침입해 흉기로 직원을 위협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났다. 더비셔 경찰은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매우 심각한 무장 강도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공개 수배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