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논란과 관련해 "4·3 유족들 입장에서 매우 분개하고 있는 것 같다.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기 위한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또 안중근 의사 등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립유공자 유해의 발굴·송환 문제와 관련해 조만간 있을 한중 정상회담 이전에 의제로 미리 논의해달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 제주도민 그리고 전 국민에 대해 큰 분노를 안겼는데 송구스럽다. 보훈부에서 책임지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하자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박 대령의 포상 근거를 꼼꼼하게 물었다. 권 장관이 공적조서와 근거가 없고 국가안전보장 등 추상적 표현으로만 포상 근거가 작성돼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이 대통령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네"라며 "어쨌든 잘 처리되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4일 국가보훈부가 승인했던 박 대령 유족의 국가유공자 등록에 대해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보훈부 서울보훈지청은 지난 10월 박 대령의 을지무궁훈장을 근거로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했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1948년 5월 조선경비대 제9연대장으로 부임한 인물이다. 당시 40여일간 제주도민 5000여명을 체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도민이 총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에 4·3 단체들은 박 대령을 '양민 학살 책임자'라고 비판해왔다.
논란이 커지자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4·3 유족회를 만나 사과했다. 권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 4·3 희생자는 국가폭력의 희생자이며 당시 진압에 동원됐던 군인·경찰은 혼란한 시대의 피해자"라며, 유공자 지정 관련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 등 중국에 있는 독립유공자 유해의 발굴·송환 문제와 관련해 한중 정상회담 전에 의제로 미리 논의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권 장관은 안중근 의사 유해봉환 사업과 관련해 "중국 협조를 얻어 최대한 위치라도 추적할 수 있게 현지 출장을 가서 파악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권 장관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이 여순감옥의 오른쪽이라고 하면서 "안 의사 외에도 독립유공자 세 분 정도는 유해를 발굴해 송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유해 발굴·송환의 경우 중국과 협의가 중요하다"며 조만간 중국과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논의를 진행해 달라고 재차 주문했다. 대통령 비서실에도 해당 문제를 챙겨달라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권 장관이 친일 행위로 축적된 재산을 환수하는 내용의 '친일재산귀속법'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하자,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