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부담 커지는 생보사…생존·입원급여금 역대 최대

생보사 생존·입원급여금 22조3675억원…전년比 6.72%↑
고금리 연금 수령에 사망보험금 유동화까지…부담 커져
건강보험 시장 입원비 출혈경쟁 심화…"부메랑 될 것"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생존·입원급여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보험 계약자의 기대수명이 늘면서 이에 따른 비용도 커지고 있다.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생보사 22곳의 생존급여금과 입원급여금 합산치는 22조3675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9577억원) 대비 6.72%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후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치다.

생존급여금은 보험계약 기간 내에 사망하지 않은 고객에게 지급되는 연금 성격의 보험금이다. 올해 3분기 생보사들이 지급한 생존급여금 규모는 12조1368억원이다. 같은 기간 이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4조8301억원)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3조3881억원)·한화생명(2조3379억원)·교보생명(1조3318억원) 등의 순으로 규모가 컸다.

생존급여금이 늘어난 건 1990년대 노후대비 목적으로 가입 붐이 일었던 개인연금에서 속속 수령 시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이던 당시엔 확정이율 10%대가 넘는 상품이 많았지만 최근엔 2~3%대 수준이라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연금저축보험 적립액은 70조7001억원(생보사 37조9778억원·손보사 32조7222억원) 규모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도 생존급여금이 늘어난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개정된 경험생명표에서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의 기대수명은 88.5세(남성 86.3세·여성 90.7세)로 1989년의 70.8세와 비교해 17.7년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가입자는 갈수록 주는데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생존급여금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사망보험금 유동화 시행으로 생존급여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수명 증가는 입원급여금도 키우고 있다. 입원급여금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재해 등으로 입원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다. 올해 3분기 생보사들이 지급한 입원급여금은 10조230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생명(2조6464억원)·한화생명(1조7566억원)·교보생명(1조1792억원) 등 대형사 위주로 지급 규모가 컸다.

생보사들이 최근 건강보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과당경쟁을 벌인 것도 입원급여금을 키우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생보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주요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 입원비 일당과 간병인 사용일당 등을 고액 보장하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50만원이 넘는 1인실 입원일당 담보와 20만원 수준의 간병인 사용일당을 출시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파업 시기엔 1인실 예약 자체가 어려워 손해율이 크지 않았지만 의료파업 종료 이후엔 입원자가 늘면서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출혈경쟁에 적극 가담해 많은 CSM을 쌓은 생보사들에 머지않아 부메랑이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금융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